이도 다이어리
시대의 멘토, 세종 이도의 내밀하고 진실한 33년 간의 기록
스물두 살 청년 이도가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왕권을 물려받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더구나 큰형인 ‘양녕대군’을 제친 셋째 아들로서 말이다. 뜻하지 않게 왕이 된 벅참과 부담감, 큰형에 대한 의리, 공부벌레 모범생으로서 나라를 잘 만들어가고 싶은 포부, 튼튼한 국방 등은 이도의 통치 33년 간을 꿰뚫는 큰 줄기이다.
-신하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큰형을 비방할 때 “너희들이 아무리 거부해도, 나는 형제 사이의 우 애를 지킬 것이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세종실록 33년을 33편의 글로 재탄생시킨 이 책은 세종 이도의 마음과 눈을 따라 쓰여졌다. 실록에 쓰여진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사람의 감정’ 두 축을 균형있게 다뤘다. 어떤 주제는 33년 전체를 관통해서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지방의 수령에게 ‘애민, 백성을 사랑할 것을 평생 당부하는 것’, ‘관직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가까이 불러서 대화하는 것’, 양녕을 벌주라는 신하들의 끈질긴 탄원에도 아버지 태종의 유지를 지키며 ‘양녕대군’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등이 그렇다. 그의 성품을, 인간인 이도를 온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다.
‘숨쉬는 세종 이도’가 말하는 가족과 신하, 국가경영과 인간존중철학
또한 위대한 업적들이 어떤 배경을 갖고, 어떠한 노력으로 탄생했는지 이도의 말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그 가치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머니가 노비였던 장영실과 신하 정초, 변방의 김종서, 인간적인 허물도 또한 많았던 황희 등, 사람을 중용해서 만들고 다듬어낸 수많은 문물과 제도는 그가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이도는 오늘날 ‘성군 세종 대왕’으로 우리에게 추앙받는다. 그렇게 누구도 따라할 수도, 넘을 수도 없는 한국사람이 되었고, 역사책이나 박물관에서 만나는 위인으로 남겨졌다. 과연 이도가 원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이도가 왕으로 살았던 전체 삶을 바탕으로 이도와 당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도와 같은 DNA를 가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했다. 이도의 인간적인 면을 들춰내고 그의 온전한 삶을 담아, 이도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하는 것이 이 책이 추구하는 바이다. 그런 의미에서 ‘IDO DIARY’는 ‘I DO DIARY’로, 지금의 나에게 접목할 수 있다.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까지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현대적인 다이어리 형식과 문체, IDODIARY
세종실록은 사실에 기반한 기록이지만, 현장의 ‘대화’가 곳곳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느낀 감정과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데, ‘다이어리’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만나며 그 역사와 현장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나도 초보 왕이고 정인지도 신입일 때, 중요한 행사에서 정인지가 의장을 준비하지 못했던 날이 있었다. 그날 나는 “집에 가라”고 심한 말을 했었다. 당시 정인지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매년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당시의 관직명은 현재의 적절한 명칭으로 바꾸고, 꼭 필요한 한자는 쉽게 풀어 썼으며, 현대식 용어와 문체, 도량형을 도입했다. 22세 청년 이도의 떨리는 즉위식부터 ‘소민과 함께한 왕’으로 남기를 바란 54세 마지막에 여정에 이르기까지, 세종 이도의 내밀하고 진실한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수석디자이너 시절에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경영철학’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일을 전담했고 지금은 ‘인문학공장 공장장’으로 할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