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 - 소셜 에세이

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 - 소셜 에세이

저자
Elliott Park(박중현)
출판사
북스타
출판일
2023-10-23
등록일
2023-11-15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123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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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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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위예술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는 1965년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기괴한 복장을 하고 죽은 토끼 한 마리를 안고 몇 시간 동안 토끼에게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딱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존의 관념이 편협하게 느껴졌던 천재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한 행위예술을 기획했을까 싶어 측은한 마음도 든다. 아마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 설명하여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싶었으리라 추측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나 이성적, 단선적 사고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조금 더 깊은, 앞선 또는 진지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기는 그만큼 힘들다. 설사 그것이 추상적인 예술의 형태가 아니라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된 글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한 사회학 교수가 쓴 책을 구매하려고 인터넷 서평을 살펴보다가 피식 웃음이 나는 서평이 눈에 띄었다.
“역시 교수가 쓴 책이라 지루하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또는 시대를 너무 앞서가면 대중에게 다가가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서적의 저자가 그 서평을 봤다면 어떤 기분일까? 여간 고통스러운 작업이 아닌 책 쓰기를 통해 작가는 분명히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터인데 메시지가 튕겨 나온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소셜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모순을 집어냄과 동시에 좀 더 넓은 생각을 유도하는 책을 쓰고 싶었다. 물론 깊은 지혜가 담긴 좋은 책은 시중에 넘쳐나지만, 이를 고답적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기획 단계에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진지하면서도 덜 지루한 책을 만들 것인가였다. 얼핏 봐서는 양립이 불가능할 것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절충시킨 책을 쓰자니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고, 또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톤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형식의 책이 낫겠다는 가설을 세웠다.
SNS 등 다양한 소통 플랫폼이나 온라인 미디어가 일상화가 된 시대에서는 특히 더 분절된(disjointed)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고, 조금만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손사래를 친다. 그러다 보니 사안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보다는 한 단면만 보고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특정한 편향성을 가지기도 쉬워진다. 나아가 일말의 편향성을 기반으로 어떠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순간 잘 짜인 알고리즘을 통해 그 관념이 더 깊어지도록 정보는 알아서 제공된다. 인간의 본능을 조정하는 기술적 진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생각할 필요가 줄어든 반면 사회의 갈등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구조다. 이처럼 정보의 홍수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시대라 단선적인 사고방식은 그 한계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조금 더 높은 시선을 갖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옳고 그름의 판단도 좀 더 입체적으로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물론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문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관계로 각각의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면 불만족스러운 점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에 진리를 담은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런 생각도 있다는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할 것이다. 아마도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아들러의 인간 이해》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 이 책의 기획 의도와 일치하는 적절한 인용일 것 같다.
“인간의 영혼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 우리에게 저절로 새로운 의무감과 과제가 생긴다. (중략) 우리는 그들에게 공동생활과 행복을 성취하는 데 적합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적 발전의 이상형을 구축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관점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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