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것이 좋아 -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냥 좋은,
마음이 기억하는 보통의 날들을 그림에 담다
반지수 작가의 그림에세이 『보통의 것이 좋아』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사실적인 배경과 만화적인 인물의 화풍,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일러스트로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반지수 작가는 평상시에 산책을 하면서 영감과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동네 뒷골목, 상점, 공원, 시장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과 고양이와 같은, 일상 속 보통의 장면을 온화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산책길에서 발견한 파란 하늘의 구름, 낙엽이 진 나무, 무성한 잡초는 물론 오래된 아파트, 구멍가게, 신호등, 녹슨 대문과 낡은 자전거까지 우리가 길에서 자주 마주하는 모든 풍경들이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졌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벤치에 모여 앉아 있는 할머니, 놀이터의 아이와 엄마를 그린 그림이 자꾸만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림 속의 장소가 마치 내가 사는 동네 같아서, 그 안에 담긴 이들이 꼭 내 모습 같아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나날들을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은 날에는
나만의 보폭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것
이 책에서 작가는 고민 많고 방황하던 지난날에 길을 걸으며 치유받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사소했던 보통의 날, 보통의 순간이 주는 작고 소중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마음이 답답하고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로 갈 길을 잃은 것 같은 날, 작가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거리를 걷는다고 한다. 집 밖에서의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보고,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며 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아, 다들 살고 있구나. 나도 괜찮을 거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그리는 산책길 풍경은 마음의 안도감과 위안을 준다. 평범한 나날을 아름다운 순간으로 보이게 하는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마치 ‘당신도 그림 속의 인물들처럼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넌지시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사랑할 구석이 다분하다는 메시지는 잔잔한 파동이 되어 우리 마음에 울림을 준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걸음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자. 나만의 보폭으로 걷다 보면 행복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타인의 속도와 시선을 쫓으며 지금의 보통 날을 외면하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작지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