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잣거리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전기집
추재 조수삼이 쓴 기인 열전 <추재기이>를 완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책. <추재기이>는 18세기 말 19세기 초를 살다간 71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시로 응축시켜 표현한 전기집이다. 기존의 전기집과 다르게, 주인공의 행적을 짧게 소개하고 칠언절구 한시로 그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특히 틀을 벗어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8세기 조선에는 사대부뿐만 아니라 평범한 백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전기가 많았으며, 19세기에는 이런 작품들을 한데 모은 3대 전기집이 편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 낮은 중인 이하의 계층에 속하는 저잣거리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안경알 가는 절름발이, 원숭이를 구경시켜 빌어먹는 거지, 고소설 낭독꾼, 만석중놀이의 달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번 완역본에서는 한시 번역자로 이름이 높은 옮긴이의 각별한 노력을 바탕으로, 산문과 한시가 함께 글 한 편을 이루는 <추재기이>의 주인공 71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또한 옛 그림을 함께 수록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저잣거리의 기이한 사람들에게서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를 발견한 한 선비의 특별한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소개
[지은이/조수삼趙秀三]
1762~1849. 28세에 처음 중국에 갔는데, 강남 사람과 같은 수레를 타고 가는 동안 중국어를 다 배울 정도로 외국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관譯官은 아니었다. 그가 타고났다는 열 가지 복福 가운데 세 번째가 공령功令, 즉 과시科詩를 잘 짓는 것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83세에 진사시에 합격했으니 중인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의 중심인물이었던 그는 환갑 되던 해에 관북 일대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사실을 오언절구 100수로 표현해, 《추재기이》와는 다른 면에서 민중의 어려운 삶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덟 권 분량인 그의 문집은 나라와 함께 신분제도마저 없어진 1936년에야 보진재에서 신식 활자로 간행되었다.
[옮긴이/허경진]
피란 시절 목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시를 썼으며, 1974년 <요나서>로 연세문학상을 받았다. 대학원 시절 도서관 고서실에 쌓인 한시 문집을 보고 독자로 하여금 쉽게 다가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이때부터 한시 번역에 힘써 최치원부터 황현에 이르는 ‘한국의 한시’ 40여 권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100권을 채우는 것이 꿈이다.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넓고 아득한 우주에 큰 사람이 산다》, 《한국의 읍성》, 《악인열전》, 《허균 평전》, 《서유견문》, 《삼국유사》 등의 책을 냈으며, 특히 외국 도서관에 있는 우리나라 고서를 조사 연구해 간행한 《하버드대학 옌칭 도서관의 한국 고서들》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목차
머리말
옮긴이의 말
돈을 양보하는 홍 씨와 이 씨
유생
취적산인
송 생원
복홍
수박 파는 늙은이
돌 깨는 사람
소금 장수 거사
쌀을 구걸하는 종
밭을 개간한 중
홍 봉상
벽란도의 거지
물지게꾼
내 나무
공공
늙은이 임 씨
장생의 소나무와 대나무
닭 노인
해진 장삼을 입은 행자
엄도인
안경알 가는 절름발이
나무꾼 정 씨
소나무를 사랑하는 노인
약 캐는 늙은이
김 금사
등짐품팔이 효자
상여꾼 강 씨
정 선생
골동품 좋아하는 노인
달문
전기수
중령포의 늙은 낚시꾼
원수 갚은 며느리
원숭이를 구경시켜 빌어먹는 거지
해금수
삼첩승가
술 권하는 술장수 영감
달구질 노인
시 잘 짓는 도둑의 아내
한섬
건곤낭
차고 다니지 않은 것이 없는 박 생원
최 원장
안성문
장님 악사 손 씨
일지매
홍 씨네 도둑 손님
호랑이를 때려잡은 사람
김오흥
팽쟁라
이야깃주머니
임수월
박 효자
배 선달
박 뱁새
이 총각
벙어리방한
반표자
이중배
동네 어귀 사는 삼월이
주천의 아낙
의영
강석기가 시줏돈을 빼앗다
탁 반두
거꾸로 다니는 여인
만덕
통영둥이
김 씨네 아들
유운태
물고기가 된 할미
금성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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