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소설속 그의 환상은 독자가 현실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김도연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이 익살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자신이 다루는 현실에 이런저런 꿈과 환상 들을 매우 강렬한 상상적 이미지를 동원하여 교차시키며, 심지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들을 지우기도 한다. 비루한 현실을 환상의 기법으로 의미부여의 큰 꿈으로 바꾸려 덧칠하지만 결코 소설적 환상은 현실을 초월하지는 않는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환상의 다수는 악몽이다. 그 악몽은, 악몽에까지 이르고야 만 삶을 어처구니없어하는 연민과 역설적 유머들을 종종 동반한다.
비애를 감싸안는 특유의 정서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두 세계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위치를 단단하게 다져온 소설가 김도연이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어느새 그를 칭하는 키워드는 현실과 환상으로 대표된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중 2편 「이별전후사의 재인식」과 「떡-병점댁의 긴 하루」는 리얼리티에 기초해 쓰인 소설이라 오히려 주목 받는다. 작가는 그가 모색하는 다양한 소설적 스펙트럼을 고른 수준을 유지하며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책은 앞으로 더욱 뻗어나갈 그의 소설적 스펙트럼을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촉매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