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야. 누구도 너한테서 즐거움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해라.”
자유와 사랑, 가벼운 마음을 향한 여정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의 소설
소설은 서커스단의 한가운데서 자란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서커스단의 철창 속에 머무는, 산처럼 풍성한 검은 털에 노란 별빛의 눈을 가진 진짜 늑대와 사랑에 빠진 아이는 제 안에 늑대의 순수한 영혼을 간직하며 곡예사, 광대, 곡마사, 조련사 등에 둘러싸여 자란다. 서커스단의 떠돌이 삶조차도 자유에 대한 그녀의 욕구를 채우지는 못한다. 그녀의 이름은 ‘빛’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뤼시’, 빛을 따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임무라 여기며 가출을 일삼고 그때마다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리고 방탕한 아이는 아버지의 말 없는 체념과 어머니의 태양 같은 웃음과 함께 매번 돌아온다.
기숙 생활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뤼시는 로망을 만나 결혼해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만난 알방(괴물)과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을 모두 떠난 후 우연히 시작한 영화배우 생활마저 뒤로한 채, 자신이 가진 질문들에 바람을 쐬어주고 그 질문들을 응시하기 위해 쥐라의 호텔 방에 머무르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그늘에 안녕을 고하고, 요양원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와 함께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모든 면에서 뤼시는 스스로에게 ‘수호천사’라 부르는 직감을 따른다. 그녀를 크레테유에 있는 도시의 지하실, 파리의 이웃의 품, 영화 세트장 또는 쥐라의 호텔 방 그리고 요양원의 할머니를 태우고 떠나는 마지막 여정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침묵하게 하고 도망가게 하며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만듦으로서, 그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살피는 수호천사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는 믿음으로 어떤 제약으로부터도 해방된 그녀는 "그 후엔, 그때 생각하자”라는 주문을 외우며 가벼운 마음을 향해 나아간다.
"내가 원했던 삶은 요약할 수 없는 삶이었고, 대리석이나 종이가 아닌, 음악 같은 삶이었다."
섬세하지만 날카로운 펜 아래에서 자유롭게 빛나는 주인공 뤼시를 통해 크리스티앙 보뱅은 독자들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가볍고 즐거운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줌으로써 삶의 풍요로운 리듬을 되찾게 한다. 짙은 어두움 속에서도 삶의 환희를 찬양하는 시인이 쓴 소설은 어떤 모습일까? 그 소설에는 음악이 흐른다. 아니, 내가 틀렸다. 그건 음악이다.
“여기 있어도 그들이 하는 말이 들린다. 무책임하고 미성숙하고 변덕스러운 더러운 년. 그러나 그들이 진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들의 인생에서 갖지 못했기에 단어 목록에 없는 유일한 언어. 자유라는 단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