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특공무술을 통해 배운 인생 호신술
“말하자면 이 글은,
내가 드물게 인생에 도전장을 내민
‘공격’의 기록인 셈이다.”
파워 내향인의 유쾌하고 뭉클한 경로 이탈기
여기, 익숙함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우연보다 규칙을, 변화보다 루틴을 선호하고, 퇴근 후엔 곧장 집으로 가는 것이 겨울 가면 봄이 오는 것만큼이나 당연했던 사람. 그런 그의 일상에 ‘퇴근 후 특공무술’이라는 변화의 불씨가 날아든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난데없는 취미다. 복선이라면 초등 시절 한때 무협만화에 심취했던 기억이 있다는 정도.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향한 체육관에서 특공무술을 배우며 그는 지난 40년 인생에서 맛보지 못한 희열을 마주한다. 난생처음 새로운 운동에 도전했다는 성취감을 떠나, 전에 없이 몸과 멘탈이 단단해졌다는 만족감을 떠나, 체육관 밖에서의 삶을 좀 더 다채롭게 주도할 지혜와 용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 희열은 한 권의 책으로 남겨두기 충분했다.
“특공무술 기본자세 1번과 2번은 ‘공격과 방어’다. 말하자면 이 글은, 내가 드물게 인생에 도전장을 내민 ‘공격’의 기록인 셈이다. 약 40년간 흔들림 없던 생활 패턴이, 운동이라곤 도보 이동 말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유연하고도 즐겁게 이 공격에 임하고 있다.”
『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반평생 공격보다 방어에 더 익숙했던 내향인의 어설프고 뭉클한 도전의 기록이다.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눈치채게 된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뛰어든 특공무술의 세계가 그의 인생에 꼭 필요한 ‘킥’이었음을.
“보상이 없는 장래 희망을 품을 것,
그리하여 역동적으로 평화로울 것.”
직진뿐인 삶엔 없는 기쁨에 대하여
알아주는 몸치에 극 I형인 저자의 특공무술 입문 과정은 녹록지가 않다. 30분간 이어지는 하체 운동은 물론이거니와, 사범님 눈앞에서 생경한 동작을 취하는 것도, 생면부지 동료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숨통을 조이는 것도, 하다못해 기합을 외치는 것까지 죄 어색하고 불편한 미션의 연속이다.
운동엔 취약하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타고난 저자는 우리를 순식간에 체육관 링 앞으로 소환해 웃음과 감동의 잽을 쉬지 않고 날린다. 그리고 사이사이 링 밖에서도 적용할 만한 삶의 호신술을 속사포로 들려준다. 피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는 절대 등을 보이지 말 것, 비겁한 공격을 맞닥뜨렸다면 차라리 초밀착해 숨통을 압박할 것, 바닥을 치더라도 머리만은 보호할 것, 기본기에 충실해지기까지 기꺼이 불편함을 추구할 것, 번아웃이 오기 전에 일상의 강약중강약을 잊지 말 것…. 삶의 모든 순간 앞에서 우리는 초보자여서, 몸으로 체득한 그의 깨달음이 하나하나 가슴 깊이 와 닿으며 마음에 새겨진다.
이 책의 백미는 몸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저자의 태도와 마음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사범님의 눈앞에서 품새를 익히는 것도 어색해 쭈뼛거리던 그가 모든 훈련을 거리낌 없이 수용하며 심지어 즐기기에 이르고, 낯선 사람과 밥 먹는 것도 기피하던 그가 초중등 운동 선배에게 배스킨라빈스 조공을 바치며 ‘완전한 행복’을 나눈다. 운동 첫날엔 상상도 못 했던 승단 시험에 호기롭게 도전하는 그의 얼굴엔 일말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이 없다. 그 변화가 뭉클하다 못해 짜릿한 건, ‘안전함’과 ‘익숙함’이라는 미명 아래 지속해온 관성을 스스로 깨부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나는 이런저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해져 자신이 규정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관성대로 살아온 중년 이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규칙과 루틴을 사랑했던 그는 이제 죽는 순간까지 변화를 도모하는 삶을 꿈꾼다.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나’, ‘타고난 운동치인 나’, ‘주목받는 순간이 불편한 나’라는 틀 안에 내일을 가두지 않는다.
“다행히도 특공무술이라는 생활체육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를 규정지었던 틀이 얼마나 힘세게 나를 붙들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변화를 도모해보겠다는, 그런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중이다.”
실익과 대가가 없는,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에 몸을 맡기는 기쁨이 무엇인지, 또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말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다. 평생 수비에만 익숙했던 누군가에게, 정해진 루틴을 따르는 것만도 힘에 부친 누군가에게, 삶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주저앉은 누군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감옥에 갇힌 이에게, 그의 경험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