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 -알아두면 반드시 무기가 되는 맥락의 경제학
경제 뉴스와 현실의 점과 선을 잇는 탁월한 이야기의 탄생!
글로벌 경제의 최전선에서 포착한 한국 경제의 가능성을 읽다
2020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인류는 어느 때보다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뒤덮인 세계는 글로벌 경제 공황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준의 거듭된 금리 인상까지 바야흐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의 시대다. 뉴스에 등장하는 이슈 외에도 “일상적 비상사태”는 도처에 있다. 단지 결과로만 보이는 투자 실패나 경기 침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일상과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21년만 해도 요소수 대란으로 대한민국 물류가 마비될 뻔했다. 배달에 의존하던 민족이 그전에는 관심도 없던 요소라는 존재 하나로 난리가 난 것이다. 디젤 자동차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는, 환경 정책을 이유로 한국에서는 100% 수입해야만 하는데 요소의 원료는 중국 석탄이며, 코로나로 인해 중국 내 제조업 전력난으로 석탄이 부족해졌고, 석탄 가격은 치솟았고, 중국 석탄의 대체 국가인 제3국의 쿠데타와 내란 등으로…… 끝도 없이 연결된다. 이미 세계 경제는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부품 공급이 부족해지자 한국의 현대차도 생산라인이 멈췄고, 미국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막혔다.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불을 지핀 사건도 바로 미국의 자동차 가격이다.
“바이든이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반도체가 부족해 차를 못 만드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 하면 스마트폰이 먼저 생각나지만, 바이든의 머릿속은 자동차용 반도체로 가득했다.(자동차는 전자 기기화되어 한 대에 수백, 수천 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기계가 되었다.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도 그렇다.)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진 최초의 원인은 자동차 가격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그 결과 중고차 가격이 미친 듯 뛰어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뺀 2021년 미국 물가 상승률의 3분의 1을 자동차 한 품목이 들어 올렸다.”(본문 43쪽 중에서)
이렇듯 공급망 병목으로 시작된 세계 경제 질서의 대혼란과 복잡한 경제학 원리를 일명 ‘호떡의 경제학’(〈호떡집 줄이 2배 길어지면 기다림은 6배 된다〉, KBS, 2021.12.18.)이라는 글로 쉽고 명쾌하게 정리해 주목받은 기자가 있었다. 바로 KBS 서영민 기자다. 여기까지도 빙산의 일각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서영민 기자의 손과 발은 바빴다. 늘 경제 뉴스의 최전선에서 현실 경제의 현상들을 촘촘하게 포착하고, 알기 쉽게 풀어헤쳐서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고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힘이 되는 글을 써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제를 서영민 기자의 예리하고도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책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세계의 변화가 한국에 던지는 도전 과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겨낼 것인지 ‘경제의 맥락’을 통해 안내한다.
“충격의 시대, 경제 흐름의 맥락을 읽는 사람만이 세상을 주도한다.”
불황과 위기에도 꺾이지 않는 무기가 될 “맥락의 경제학”
맥락을 모르는 경제는 공포다. 경제 통계는 숫자와 결과로 말하지만, 모든 경제 현상에는 인과관계가 있고, 인간의 모든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맥락을 알면 어떤 위기가 닥쳐도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방법이 보인다. 대공황을 야기한 ‘빌런’ 푸틴을 탄생시킨 권위주의의 배경, 강화되는 미·중 분쟁에서 한국인은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등 맥락을 이해하면 현상 하나에 속지 않고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기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혜안과 문제에 대처할 무기를 얻는 것이다. 위기의 시대인 만큼 미래를 경고하는 책이나 세계적인 석학의 전망을 담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지금은 세계 경제가 완전히 재편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인플레이션의 ‘제5원소’를 본격적으로 탐색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점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2023년 전미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우리는 충격(shock)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전환점에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사건은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프리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본문 124쪽 중에서)
그러나 언제까지 글로벌 이슈에 휘둘릴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후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작금의 ‘거대한 충격’을 불러온 현상부터 낱낱이 알기 위해 분투한다. 1부는 인플레이션 이해에 집중한다. 기자정신을 발휘해 물불 가리지 않고 정치, 사회, 역사, 심리 이야기를 넘나들며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해준다. 2부는 경제하는 목적 자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효율’은 물론 좋은 것이고 인류를 발전시킨 동력 가운데 하나지만, 결국에는 수단에 불과하기에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인간을 응시하는’ 경제만 상대할 것이며, 맥락이 그 길을 안내할 것이라고 제시한다.
이제 ‘한국인’의 시선으로 경제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자!
세계 경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알기 쉽게 풀어낸 ‘스토리텔링 경제의 힘’!
위기는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렇다고 망연자실 바라볼 수만은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무작정 낙관할 수만도 없다. 위기는 진화하고 있다. 세계화는 모든 현상을 연결해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금융, 경제, 정치의 실패마저 공유한다. 반도체 사태를 겪은 바이든이 해외로 나간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자국 내 지원을 강화하고 중국에 불이익을 주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답일까? 일시적인 자구책은 아닐까? 또한 한때 미국을 위협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했던 일본이 어떻게 끝장났는지도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다 사버릴 것이며, 미국은 일본에게 경제적으로 지배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우울한 미래가 일본과 결부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기분 나쁜 불안감 앞에서 미국은 일본을 희생양 삼기로 했다. 미국은 힘으로 해결한다. 플라자합의(1985)로 환율을 조정하고, 미일반도체협정(1986)으로 일본의 반도체 경쟁력을 강제로 꺾어버렸다. 이번에도 미국은 똑같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장비는 더 이상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본문 148~149쪽 중에서)
앞으로 패권 경쟁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텐데, 한국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저자는 전반부에서 경제 현상의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헤쳤다면, 후반부에서는 다시 총체적 맥락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넓은 시야로 보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다음 충격이자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인구와 기후 위기가 보인다. 역시 수많은 경제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인 기자’로서 지금까지 씨줄과 날줄로 풀어헤친 경제적 혜안들을 다시 짜내어 한국 독자가 극복의 대안을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방향을 제시한다. 자본시장의 흐름을 이토록 명징하게 깨우치면서도, 어떠한 경제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는 무기를 얻을 수 있는 힘이 이 책에 있는 이유다. 더불어 경제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