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루앙프라방
여행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최갑수의 감성트래블 연작 그 두번째 포토에세이
2007년 지리멸렬한 생활에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일탈과 여행 바이러스를 퍼뜨린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의 작가 최갑수 시인이 후속작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예담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치열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포착해낸 일상의 비경을 섬세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풀어냈던 전작의 감성여행 컨셉을 이어 이번에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배경으로 꿈과 사랑,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좇는 여행자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편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 시니컬하고 고독한 개인적 일탈의 탐색이었다면, 이 책의 주제는 사랑과 화해가 될 것이다.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선택한 삶과 화해하고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임을 예고한다. 그래서 사랑은 한 번의 뜨거운 몸살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이 여행이 절망으로부터의 최소한의 도피이고 방황의 성실한 흔적이길 바란다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몽상가들의 마지막 피난처,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그들의 미소가 자꾸만 나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루앙프라방은 그가 여행기자로 일했던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과감히 전업 작가를 선택한 30대 중반에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게 된 장소다. 화려한 휴양지도 아니고, 카오산 로드처럼 트렌디한 배낭여행객들의 필수코스와는 상관없는 곳. 라오스 제2의 도시지만 상주인구가 8천 명밖에 되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과 다름없는 곳. 하지만 루앙프라방은 동남아시아 전통유산과 프랑스 식민시대의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요란할 것도 없다. ‘툭툭’이나 오토바이 택시, 소형트럭의 엔진소리가 유일한 소음일 뿐,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수많은 사원들 사이마다 승려와 아이들, 그리고 배낭여행자들이 돌아다니며 만들어내는 경건함과 순진함, 자유로움이 배어 있어 언제나 고요하고 아늑하다. 그 매력적인 공간에서 가난하지만 낙천적이고, 욕망의 집착 없이 자유로운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작가는 속 깊은 위무의 감동, 나아가 가슴을 치는 인생의 교훈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권리가 있는 곳!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에서 느리게 사는 방식을 느껴보자
때론 고독한 구도자처럼 삶을 관조하고, 때론 지독한 휴머니스트가 되어 인생의 깊은 속살을 매만질 줄 아는 그들의 순수한 미소야말로 지상 최고의 잠언이다. 늘 불안정한 사회 속에 하루하루 쫓기듯 삶을 재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한줌의 미소와 여유가 아닐까? 이 책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사실 언젠가 우리의 이마와 눈썹과 입술을 타고 흘렀을 따뜻한 미소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여행가의 카메라는 더욱 웅숭깊어지고, 시인의 그리움은 마음의 끝자락까지 닿을 듯 촉촉하고 간절해서 당장에라도 그의 몽상적 여행에 동참하고픈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늘 꿈꿔왔지만 떠날 수 없었던 당신, 그저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었던 당신, 외로운 당신, 여행을 앓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은 루앙프라방에서 보내온 위로의 엽서이자 초대장이 될 것이다. 서울에서 그토록 원했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구는 목요일, 게스트하우스의 침실에서 띄운 그 엽서는 천천히 걷고 충분히 자고, 맘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 ‘산책과 낮잠과 위로’가 가리키는 것이 바로 그런 자연스런 삶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루앙프라방으로의 여정은 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구도의 풍경화 속에서 기꺼이 생의 한때를 흘려보내며 나라는 존재의 실체와 마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산책과 낮잠과 위로, 루앙프라방이 당신을 인도하는 여행의 방식
먼저 베트남을 거쳐 밤늦게 도착해 침대에 쓰러져 있다가 게스트하우스의 양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부스스 일어난 당신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닐 것이다. 지치면 잠시 걷다가 아무 카페에 들어가 향긋한 라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십여 년 전의 첫 입맞춤이랄지, 집 앞 골목에 피었던 장미, 그녀 혹은 그의 외로운 뒷모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러면 루앙프라방의 거리는 어느새 추억과 몽상의 산책로로 변하여 당신이 정말로 순수하고 평화로웠고 행복했던 시절의 꿈속으로 젖어들게 된다. 그리고 서울에 두고 온 걱정과 근심, 불안과 초조가 흙냄새, 바람의 손짓, 메콩강의 일렁임 속에 소리 없이 잦아들어간다. 승려들의 탁발행렬이 지나가고, 당신의 마음은 문득 경건해지면서 우주의 기원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구도자의 자세로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다 갑자기 다가온 새카만 눈망울의 천진한 아이들이 당신의 손을 잡아끈다. 아이들은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아가 재잘거릴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메콩강의 끝에서 노을이 밀려오자 당신은 못 견디게 아팠던 시절의 기억이 물밀듯 차올라 눈물을 흘릴 것이다. 볼을 적시는 차가운 기운에 당신은 잠에서 깬다. 슬프고도 달콤한 꿈. 덕분에 당신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게 해주었던 꿈. 그곳은 夢, 라오!
??커다란 꿈결은 다시 여행, 자유, 청춘, 사랑, 행복의 메시지 가득한 여정으로 나뉘게 되고, 당신은 마침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루앙프라방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삶을 용서하게 되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