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속의 고통스러운 일 따윈 그저 가벼운 가려움처럼 툴툴 털어내 버리는 그 담백함을 닮고 싶었다.
그랬기에
짝사랑을 할 때조차 무심해질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이 남자에게만은 그것이 어렵다.
“최소한 사과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서서히 익어가는 고추장 같은 여자, 한해.
“실수로 당신에게 키스하지 않았고 실수로 당신에게 연애하자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 이제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 가슴에 바람을 품고 사는 남자, 도운.
만나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그 사이를 맴도는 아련한 마음 한 자락을 잡은 순간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