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원
삶에 지친 그대
어려운 일 앞에서 막막한 그대
가고 싶은 길 위에서 두려워하는 그대
걱정 마라, 그대 앞날을 위해 ‘기원’하는 이 있으니
호피 인디언의 기우제는 ‘확률 백 퍼센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원의 ‘간절함’을 본다.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부모의 모습에는 호피 인디언의 간절함을 초월한 그 무엇이 있다. 이렇게 누군가 부모의 마음으로 내가 잘되길 기원해준다면, 우리는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기원 - 지금 이 길이 가장 좋은 길이 되기를》은 도심 속 수행자 보경 스님(송광사 서울 분원 법련사 주지)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잘되길, 행복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쓴 기원의 글이다.
보경 스님은 도심 포교당 주지로서 삶에 지치고, 시련에 아파하고, 갈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의 투정을 받아주는 부모이고, 갈 길을 알려주는 선생님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리 치료사이기도 했다. 스님은 자신이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 역시 모두 그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기원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삶에 지친 사람을 위해, 어려운 일 앞에서 막막한 사람을 위해, 가고 싶은 길 앞에서 두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책을 펴냈다. 수행자로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기댈 곳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임을 깨달은 스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성공을 기원합니다”, “건강을 기원합니다”, “좋은 길이 열릴 것입니다”라는 따뜻한 기원 한마디가 들려오는 듯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만나는 이들에게 “뜻하는 일들이 모두 이뤄지길 기원합니다”라는 덕담을 한다. 습관처럼 무심코 한 말일 수도 있고 진심을 담아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 남을 위해 기원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그들은 물론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졸업과 입학?입사 등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후배에게, 혹은 어려운 일 앞에 선 사람에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는 기원 한마디는 큰 힘이 되니 말이다. 보경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그런 따뜻한 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진실한 일 - 이 길이 그대에게 가장 좋은 길이 되기를
불교에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 있다. ‘관세음보살’ 같은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의 명호를 부르는 것, 그리고 진언(眞言)을 반복하여 외우는 것이다. 이건을 ‘만트라’라고 한다. ‘모든 소원을 이뤄주는 놀라운 힘을 가진 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만트라는 한 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선풍기가 정지해 있을 때는 바람이 없지만, 2단 3단 속도를 올릴수록 바람이 강렬해지는 이치와 같다.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뢰와 간절함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진실한 일’ 장에서는 이런 간절한 마음과 신뢰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치게 하는 잔잔한 글이 담겨 있다.
독서 수행 - 까치발로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보경 스님은 평생 ‘1만 권 독서의 꿈’을 가지고 책을 읽어왔다. 절집의 생활은 단조로우면서 자칫 지루할 수 있고, 스스로 일깨우지 않으면 물에 가라앉는 돌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의 뼈와 살이 해체되어버리고 만다. 스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과 채찍으로 책을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구속되지 않는 절대 자유를 누렸고, 그 자유 속에서 삶을 향한 뭇 생명들의 경외로운 자유의지를 느꼈다.
부처님은 가장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삶의 자세는 지혜를 바탕으로 한 바른 자세라고 강조하셨다고 한다. 스님은 이 지혜를 가장 쉽게 얻는 길이 바로 독서임을 깨달았다. 숨 가쁘게 쏟아져 나오는 첨단 전자 기기들은 한 철만 지나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지만, 독서를 통해 쌓은 지혜는 헛되지 않음을 스님은 ‘독서 수행’ 장을 통해 가르쳐준다.
자연의 도 - 자연에서 해답을 찾는다
수행자로서 마음의 기복 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며 도를 닦는 길은 참으로 녹록하지 않다. 그러나 스님은 피로함을 모르고 변함없이 반복되는 것일수록 영원에 가깝게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해와 달 같은 천체의 운행, 물과 바람, 나무와 흙 같은 자연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망각할 정도로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삶을 풍부하게 하는 비밀이다.
자연은 뜻이 없지만 사람의 정성이 닿으면 감응을 한다. 스님은 우리의 마음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공부를 하건 일을 하건 정성을 다해 꾸준히 임하다 보면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진리,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끼고 배운 바를 이 장에서 풀어놓았다.
나 그리고 인연들 - 나를 만나고 당신을 마나고 우리를 이루었네
참된 수행의 궁극은 깨달음에 있지 않다. 깨닫고 나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대장정을 위해 귀환해야 한다. 종교성은 이 돌아옴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 혼자서 도를 성취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중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성인이 있던가. 여전히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문답을 늘어놓으며 세상을 향해서는 조금의 희생과 봉사도 하지 않고 법문 한마디 일러주지 못하는 자비심은 불교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나 그리고 인연들’ 장에서 스님은 그동안 만난 수많은 인연들에게 보내는 기원과 자신을 이 길로 이끌어주고 가르쳐준 고마운 인연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냈다.
고통, 그 뒤에 - 이제는 엉킨 실이 풀리는 일만 남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아픈 일도 겪고, 힘든 경험도 하게 된다. ‘고통, 그 뒤에’ 장에서 스님은 아픈 일, 힘든 경험 다 이겨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잊어야 할 건 잊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하며, 이미 바뀐 상황이라면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다음을 기약하며 살아가야 하는 정신, 이 유장한 삶의 호흡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