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 - 여성, 나 자신을 찾아서

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 - 여성, 나 자신을 찾아서

저자
김경희
출판사
공명
출판일
2024-04-05
등록일
2024-08-20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5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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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을 다하는 씩씩한 우리의 할매신들이 돌아왔다

헤라, 아테네,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성신들을 모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들은 인간과는 다른 격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성적 매력으로 충만하다. 또, 엄청난 힘들을 가지고 생명을 탄생시키고 가꾸면서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하다. 질투와 분노와 복수가 다반사다. 신들이 서로 패를 나누어 전쟁을 일으키고 인간을 사랑과 애정으로 보듬기보다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자, 그럼 한국의 신화에서 여성신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나라 산과 바다, 섬과 집, 지역 곳곳에 얼마나 많은 여신들이 존재하는지 아는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특히나 전례 없는 이 페미니즘의 시대에 말이다. 젊은이들은 남녀로 나뉘어 서로를 증오하고 여성은 또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 페미니즘에 몰두하는 여성과 균형감을 찾자는 여성들 사이에 또 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진짜 여성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의 할매신들은 여성 특유의 따뜻한 보살핌과 함께 자식 같은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이 강인한 모성의 근원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과 동격이 아닌, 진정 어머니로서의 신이자 신으로서의 위엄이 따뜻함과 공존한다는 특색이 있다.

우리나라의 근본을 만든 열셋 할매신들을 찾아서

세상을 만들고 사람을 만든 우리나라 창세신화 중 하나인 거인 여신 마고할미는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신이다. 이와 같은 거인 신화를 가진 지리산 노고할미, 전북 부안의 개양할미, 인청 옹진군의 망구할매 등도 이들 부류의 여신들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또 다른 할매신, 설문대할망은 1만 8천의 신이 존재한다는 제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어머니 여신이다. 제주에는 제주 각 마을당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송당 본향당 당신 백주또할망도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여성 수호신인 영도할매, 대가야 및 금관가야 시조의 어머니인 정견모주도 살핀다. 지리산 노고단 명칭의 유래인 노고할미는 천왕봉의 성모천왕이자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로 변신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친근한 신, 삼신할매도 만날 수 있다. 우리 말 ‘미르’에서 연원된 미륵할미는 용 신앙과 관련된 전북 김제, 전남 함평 등지에 전해지는 할매신이다. 미륵할미는 마을을 지켜주거나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달라고 비는 이들의 삶이 편안해지도록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그들을 도왔다고 한다.
마고할미 계열의 해신인 개양할미는 칠산바다의 신이다. 몸집이 매우 큰 거인 여신인 개양할미는 몸집이 매우 커서 굽 나막신을 신고 서해 바다를 걸어 다니며 풍랑을 다스렸다. 바람의 신인 영등할미는 음력 2월 초하루, ‘영등날’의 주인공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동해안 어민들과 영호남에서 모시는 절대적 여신이다.
인천 옹진군 덕적군도 탄생과 관련된 망구할매도 있다. 역시 거인 여신인 망구할매가 철갑산을 주먹으로 내리쳐서 사방으로 퍼진 조각들이 덕적군도를 이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원도, 경북, 경남 등지에 전해지는 마을 단위의 수호신인 골맥이 할매는 당산나무나 당집에 거하여 마을 입구에서 재앙과 액을 막아준다.
가택신인 조왕할미는 부엌을 관장하여 불을 다스린다. 집안의 안녕을 수호하는 절대자로 정화수 한 사발을 두고 기원을 드리는 대상이 바로 이 조왕할미다.
이들 주요신들 외에도 이 책에는 다른 여러 여신들도 재미난 탄생설화와 다양한 여성성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으로 친근하게 다가선다.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 이들을 찾아다니며, 이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뮤지컬이나 소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우리 곁으로 더 친근하게 찾아올 거라고 확신한다.

세상이 할매 리더십과 함께한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것인가
새삼 한국인의 우수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때, 할매신들의 보살핌은 우리를 특별하게 한다

각각의 우리 여신들은 개성만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을 알게 되면, 어느 샌가 그들을 까맣게 잊고 헤맨 우리의 모습들이 안타깝다. 왜 이토록 강인하고 확고한 신념과 개성을 가진 이들을, 그들의 가르침을 잊고 있었을까. 그들은 젊고 예쁘지는 않지만 몸집이 거대하고, 화가 나면 저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천불천탑 조성에 힘을 보태러 치마폭에 돌을 담아 가던 마고할매는 가는 길에 닭이 울고 이미 천불천탑이 다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치마폭의 돌을 발로 차버린다),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고 배우자의 참을 수 없는 잘못을 받아들이기 힘들면 따로 살림을 내어 분가도 한다(제주 송당의 백주또할망). 또,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물음에 당돌한 대답을 하여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잘 사십시오”라고 부모에게 인사하고 거침없이 짐을 싸서 집을 나오는 여신도 있다(가믄장 아기).
이들의 이야기를 처음 대하는 여성들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옛 조상들이 믿고 존중했던 우리의 여신들은 우리가 알아온 옛 여인들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립적이고, 주체적이었으며, 세상을 호령하고 두렵게 하여 지배하는 남성적 리더십이 갖지 못한 특유의 여성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들은 많은 자식들을 낳고(한 예로, 설문대할망은 500명의 아들을 두고, 아들들이 먹을 죽을 쑤다 미끄러져 죽 속에 빠져 죽는다),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그들을 위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모든 어려움을 맨 앞에서 막는 수호신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이 탄생시킨 세상 모든 이였다.
우리의 할매신들은 균형점을 못 찾고 의외의 논란을 일으키고, 남녀 서로를 분리시키는 오늘날의 페미니즘 논란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 듯하다. 우리 모두,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온 한 자식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이루어놓은 이 땅에서 당당하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서로를 보듬고 보살피며 살아가라는 우리 할매신들의 목소리를 새겨야 한다. 우리의 할매신은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 산과 바다와 나무, 마을, 집안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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