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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불주머니 - 윤혜숙 장편소설 :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32

괴불주머니 - 윤혜숙 장편소설 :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32

저자
윤혜숙
출판사
단비
출판일
2023-09-08
등록일
2024-08-20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488 Bytes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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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괴불주머니’, 소박한 이웃들과 함께하는 ‘행운주머니’

“값비싼 패물을 가질 수 없는 서민들은 부잣집에서 한복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을 얻어 괴불주머니를 만들었다. 비단 조각을 삼각 모양으로 접어 박음질 한 후 모서리에 창구멍을 내 그 안에 솜을 도톰하게 넣고 다리에 색실을 달기도 한다.”(책 19쪽)

낯선 이름의 제목, ‘괴불주머니’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를 말한다. 부잣집에서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주머니로 만든 평민들의 장식품이었다. 또 “괴불의 세 귀는 물, 불, 바람 삼재를 눌러주고 나쁜 일을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19쪽)도 있다. 그래서 아프다고 쉽게 의원을 부르거나 약을 짓는 일 또한 힘들고, 사소한 일에도 달리 자신을 지키기 어려웠을 당시 백성들에게는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주는 상징이었던 셈이다.
왜인들에게 넘어간 궁궐살림으로 인해 궁궐의 사람들이 쫓겨나는 와중에 주인공 연수에게서 괴불주머니를 받은 수방동무 천이는 괴불주머니 덕에 쫓겨나지 않았다며 안도한다. 연수는 안주수방의 외손녀답게 누구보다 뛰어난 자수 실력으로 괴불주머니를 만들어 순정효황후에게 선물하고, 황후 동생의 혼인 선물로도 전한다. 값비싼 금은보화도, 오색 비단도 아쉬울 것 없는 황후에게 연수는 어떤 마음을 담아 괴불주머니를 선물했을까? 과연 황후에게 전해진 괴불주머니는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황후에게 ‘행운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글로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 묘사와 시대 구현의 리얼리티를 위한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다
순정효황후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고 있던 작가는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자수병풍’ 전시에서 열 폭 병풍 ‘매화도’를 만나며 ?괴불주머니?에 대한 영감을 강하게 얻었다고 한다.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훌륭한 자수 작품이 심지어 남자 궁수들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작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해서 “황후의 옥새 찬탈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로 안주수를 설정하고, 조선 상권을 뒤흔든 일본 제국주의의 경제적 침략과 물밀 듯 들어오는 서양 문물에 맞서 전통 자수를 지키려 스스로 수방나인이 된 주인공”(‘작가의 말’ 중에서)이 만들어졌다.
조선 제일의 민간수로 꼽히는 안주수를 놓는 남성들의 이야기는 자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 바느질을 하거나 수를 놓는 일은 보통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안주수는 작가에 의해 눈에 보이듯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러한 작가의 세밀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황실의 열 폭 병풍을 실제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평양 출신의 화가 양기훈의 그림을 본으로 해서 수방의 궁수 아저씨들이 몇 달에 걸쳐 완성한 것이었다. 홍색 공단 위에 꼬임 많은 굵은 수실이 만들어 내는 도드라진 입체감으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안주수 기법을 연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사선으로 휘어진 소나무와 그 위를 도도하게 흘러가는 오색구름, 옥색과 노란 색 실로 수놓은 학과 거북과 사슴이 노니는 신선 세계를 눈앞에 그려낸 듯했다.”(49쪽)

?괴불주머니?는 주인공이 살던 시대 속으로 좀 더 진실 되게 다가가기 위한 작가의 치밀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안주수뿐 아니라 작가는 당시 사회, 정치적 상황과 궁궐사람들의 일상, 한성 시장의 삶의 모습 등을 자세하고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사실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아름다운 조선의 전통 자수를 눈에 보이는 듯 감상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작품 속의 시대를 현장감 있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현장을 지나며, 한 뼘 더 성장하는 여성서사
남성 궁수들이 수놓은 자수인 안주수가 주 소재가 되어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한 소녀의 성장 서사로 완성된다. 주인공 연수는 대대로 안주수를 지켜오는 집안의 손녀이다.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을 지키려는 그녀의 집안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연수는 안주수를 지키기 위해 궁궐의 수방나인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궁인들의 퇴출 위기 속에서도 자신보다 동무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에 있는 황후의 모습 속에서 지위가 주는 화려함에 대한 부러움 보다 황후의 아픔과 나라를 걱정하는 진심을 읽을 줄 아는 성숙한 소녀였다. 이런 성품의 연수는 한일병합을 저지하고자 하는 황후의 마음과 연결되어 결정적인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위험하기 그지없었으나 절실했던 역사의 현장을 지나온 연수는 주체적 여성으로서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영웅이나 왕 그리고 승자의 이름으로 나열되는 역사가 아닌 개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상상 속에서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가 가지는 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혜숙 작가의 ?괴불주머니?는 여성주인공의 성장 서사이자 개인의 삶과 역사의 조우가 매우 아름다운 문체와 소재로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매순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살았던 백 년 전 청소년들의 이야기”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백 년 전 청소년이 지키고 싶었던 사랑과 우정, 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온 안주수를 지키고 싶었던 연수와, 그런 연수를 지키고 싶었던 지완 그리고 쇄락해 가는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황후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수놓아지듯 그려진다.

“거친 인생살이에서 힘이 되는 것, 살아가는 내내 절대 놓지 못하는 것, 무엇인줄 짐작해 보겠느냐?”
심각한 얼굴을 한 연수를 보고는 박 상궁이 슬며시 웃었다.
“바로 꿈이란다. 자기 인생을 걸고 지켜야 하는 소망이자 바람이지.(……)”
“꿈, 소망…. 주머니 하나에도 그런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니 놀라워요.” (책, 136쪽)

나라를 빼앗긴 혼란한 시절을 지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백 년 전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내내 꼭 지키고 있어야 할 것은 ‘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더불어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수놓는 이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그려지는 수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에 매화를 수놓아 매화 향 나는 꽃길을 걷는 듯이, 얼룩진 자주색 치마에 수놓은 노란 영춘화를 보며 따뜻한 봄길을 걷듯이 읽어가는 동안,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도 아름답게 자신의 꿈을 꽃피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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