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 권태현 장편소설
“날 좀 건드리지 말라고요 제발!”
열다섯 살! 아이도 어른도 아닌 나이,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나이.
하지만 어느 때보다 빛나는 나이, 스스로 희망을 찾아가는 나이!
열다섯 살 소년 영호의 성장 이야기!
열다섯 살은 지학(志學)의 나이라고도 한다. 공자가 열다섯 살 때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열다섯 살은 흔한 말로 중2병으로 치부되는 나이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면서 반항이 시작되는 나이. 무서워서 북한도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열다섯 살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사춘기의 터널을 한창 지나고 있는 나이, 그래서 소통하려고 하면 할수록 불통이 되어 버리는 요상한 나이, 15세. 작가 권태현은 엄마도 아빠도 교사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열다섯 살 주인공 영호의 성장 이야기를 《15세》에 담아냈다. 작품 속 시간적 배경이 현재는 아니지만, 지난 시간 속에서 살았던 열다섯 살과 지금의 열다섯 살은 고민의 크기로 볼 때면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열다섯 살은 스스로 주체하기도 힘들고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나이지만 그게 그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앞이 막막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껴 보려고 할 때 희망이 있음을 보여 주는 소설이 바로 《15세》이다. 작가는 복잡다단한 나이 15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다.
미성숙했지만 아름다웠던 나이, 15세
엄마와 헤어지자 새엄마와 재혼한 영호의 아빠. 하지만 새엄마는 같이 살게 되면서 데리고 온 아들인 철수만 감싸고돌면서 영호와 영희 남매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없는 자리에서는 비난만 일삼는다. 때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고분고분 말을 듣던 영호가 그 무자비한 폭력을 그대로 당하기만 하다가 조금씩 반항을 시작한 나이가 바로 열다섯 살이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자 새엄마는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었다. 몽둥이를 드는 횟수도 늘었다. 평소에도 눈치를 보지 않는 나는 매를 맞으면서도 그랬다. 어디 때릴 테면 때려 봐라, 하는 식으로 매를 견딘다. 그렇게 맞다 보니 몸에 멍이 가실 날이 없다. 맞을 때 욕설도 함께 듣기 때문에 마음속에도 멍이 잔뜩 들었을 것이다. 새엄마는 힘이 달려서 더 이상 나를 때릴 수 없을 때야 겨우 매질을 멈춘다.
“오빤 왜 그렇게 바보 같아? 그냥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그러면 이렇게 심하게 맞진 않을 거 아냐!”
매는 주로 내가 맞는데 늘 영희가 찔끔거리며 눈물을 흘린다.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엄마의 매질은 점점 심해지고 언어폭력도 가볍지 않다. 그런 영호 곁에 깡통이라는 친구가 있다. 영호는 깡통을 통해 여자에 대해서 배운다. 깡통은 보란 듯이 학교에 야한 만화책이나 잡지를 빌려와 틈만 나면 영호를 가르치려 든다.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을 그저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대한다. 대한민국에서 대우받고 살려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댄다. 담임 말이 아무리 진실에 가깝다고 해도 열다섯 살 아이들의 마음까진 얻지 못한다.
영호와 친구들이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고 그나마 위안을 얻는 공간은 바로 학교 근처 만화방이다. 만화방 아저씨는 만화방을 찾는 단골손님들에게만 담배와 술을 판다. 2학년 짱인 송곳을 따라갔더니 아저씨는 안쪽과 연결된 문을 이용해 담배도 팔고 담배를 피울 장소도 제공했다.
아이들 예닐곱 명이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두 명은 여학생이었다. 그들 외에도 몇 명의 아이들이 만화책을 들고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있었다. 낯이 익은 우리 학교 아이도 있었다. 만화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이 하나가 나를 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전교 부회장도 이런 델 오냐?”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송곳에게 담배를 내밀던 아저씨의 눈초리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열다섯 살 푸른 영혼들에게 인생의 길잡이가 되거나 옳은 방향을 조언을 해 주는 사람보다는 학대하는 부모나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교사나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만화방 주인 같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미성숙한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라는 것, 어른들도 미성숙한 채 살아가는 세상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속에서도 좌충우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열다섯 살의 건강함을 함께 보여 준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오해, 그 줄타기 속에서 삶을 배워 나가는 나이 15세
작가는 열다섯 살은 위태로워 보이는 나이지만 어리지도 않는 나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새엄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짧은 가출을 하는 영호는 자신의 재능인 글쓰기를 더욱 계발시켜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영호의 글쓰기 재주를 아끼는 국어 선생님과의 사이를 곡해한 누군가가 교육청에 투서를 하고, 영호는 누명을 쓴 채 오해를 받게 된다. 영호가 쓴 소설을 보고 분노한 새엄마가 영호의 물건을 마구 부수게 되고, 이를 말리던 영희가 대신 맞다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다. 그때서야 방관자이기만 했던 아빠는 새엄마와 이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기대했지만 결국 아빠의 이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죽었다 살아난 딸이 이혼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엄마도 다시 태어났다고 하면서. 새엄마는 울면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이 아이만 깨어나면 멀리 떠나서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 부디 그동안의 잘못을 갚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런 마음이면 얼마든지 함께 살아도 된다는 게 영희의 주장이었다.
아빠는 새장가 갈 기회를 놓치고 가족은 다시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투서의 주인공도 뱁새란 친구의 짓이었음이 밝혀진다.
주인공 영호는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열다섯 살의 강을 건넌다. 그리고 그 가운데 큰 깨달음을 하나 얻는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껴 보자는 다짐이 그것이다. 그저 불평만 할 땐 내 마음이 힘들기만 했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려고 하니 내 상태도 이해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열다섯 살과의 소통의 열쇠는 열다섯 살 본인에게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