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인간경영의 숲을 거닐다
트랜스내셔널 인문서적(的)으로 재구성한『사기』
※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은‘문학 역사 철학 정치 사회 문화 등을 특정 나라의 경계 안에서 바라보는 국민국가 패러다임’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인문학이다. 이것은 근대 국민국가의 모델이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서구 중심주의가, 다른 지역의 역사를 배제함으로써 문제에 봉착하게 되자 생겨나게 되었다. 따라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은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적 문명 교류의 다양한 맥락에서 살피는 것을 연구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급변해온 금세기의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의 현 좌표를 안다는 것은 중국과 관계된 현재 상태를 안다는 것과도 같다.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신문화적 본류와, 정치적 이념의 뿌리를 연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 2,500여 년의 역사적 기록인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세계인의 필독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기』는 오십이만 육천오백 자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서로서 원문을 읽어낼 수 있는 지성은 그리 많지가 않다. 또 한글 번역본 또한 총 4천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양 때문에도 선뜻 손에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사마천역사문화연구소]는 『사기』에서 인간학 전반을 부문 별로 발췌하여 쉽게 읽힐 트랜스내셔널 인문서적으로 재구성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월 26일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사마천, 인간 경영의 숲을 거닐다』를 내어 놓았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사마천, 인간 경영의 숲을 거닐다』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지혜로운 경영의 묘를 통해 난국을 헤치며 세를 펼쳤던 전국시대 군주들과 인물들을 배치시켰는데, 그들의 빼어난 지략이 재기발랄하게 춤춘다. 특히 2장 ‘자공의 심리경영’은 세치 혓바닥만으로 전쟁의 위기에서 조국을 건진 자공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또한 목숨을 건 충절과 지혜로서 위기에 빠진 주군을 구하는 대목이 빼어난 6장, 9장, 11장의 주인공인 황헐, 모수, 인상여의 재치와 지략은 감동적이다.
2부에는 천하통일을 향해 치닫는 진나라의 눈치를 보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 힘을 썼던 제후국들의 저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통일제국 진秦나라의 ‘출현과 타락’ 속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개인들의 삶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아울러 부패한 진나라의 왕도王道를 정도正道로 돌이키려 했던 유방과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도 펼쳐진다. 그리고 진정한 통일제국이었던 한나라 건국 초기까지를 더 배치시켰다.
책의 구성은 『사기』의 「본기」 「세가」 「열전」에서 분류 발췌하고 「표」를 통해 연대를 꼼꼼히 대조하여 재구성한 총 17편에 달하는 경영의 지혜로 꽉 차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본문과 대비되는 역사적 사료로서 교훈이 될 만한 재미있는 대목을 ‘경영의 숲’으로 부속시켜 사실상으론 모두 34 편의 이야기가 짜 맞추어져 있다.
이 책을 통해서 필자 신장용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지혜로운 인간경영의 바탕이 되는 것은 덕과 신의이고, 그 바탕 위에서 뛰어난 지혜가 참답게 운용되어져야 인생도 국가도 성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마천의 철학이자 삶의 방식으로서 『사기』는 이 주제를 역사적 사실을 들어 입증해 나간 사료라고도 볼 수 있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국제 관계와 개인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기 그지없는 오늘 날, 고전에서 퍼 올리는 지혜로서 현재를 정비하는 자세는 매우 바람직한 생활태도일 것이다. 바로 이 시점, 쉽게 읽는 『사기』인 『사마천, 인간 경영의 숲을 거닐다』에 손을 뻗어보는 것은 사마천이 물려준 교훈에 답하는 커다란 지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