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일본 계급주의 소설의 대표적 명작 『게 공선』. 캄차카 바다로 나가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배 안의 어업노동자를 다룬 소설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혹사당하고 학대받는 어업노동자들이 그 가혹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느끼며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게 공선은 ‘선박’이 아닌 ‘공장선’이기 때문에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고, 또 순수한 ‘공장’이긴 하지만 공장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소설은 지옥 같은 ‘게 공선’에서 일하는 막장 인생의 노동자를 한 축으로,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자본권력에 충견 노릇을 하는 감독과 일본 해군을 세워서, 이 대립 구조를 통하여 지배 권력들이 어떻게 서로 결탁하여 자본주의적 착취를 자행하는가를 보여준다.
일본 매스컴이 일본 사회의 빈곤 현상을 ‘워킹 푸어’(아무리 일해도 최소한의 생활조차 꾸려나가지 못하는 빈곤층)와 『게 공선』의 작품세계를 연결해 보도하면서,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 벌써 30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이 소설을 찾았다고 한다. 『게 공선』에서 드러난 권력 관계는 여전히 현실에서 그 힘을 휘두르고 있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아프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