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성 예술가, 춤추듯 슬픔을 놀다
여성 예술가 열전 <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 남성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뮤즈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창작의 주체가 된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는 책이다. 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라는 제목은 김승희 시인이 공옥진 선생의 병신춤에 바친 시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여기서는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일종의 위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인, 소설가, 화가, 무용가, 성악가, 판소리 명창, 배우 등 시대와 분야는 다르지만 최초이자 최고의 길을 걸었던 여성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여성 예술가들은 더욱 눈에 띄었고, 오해와 편견과 냉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땅에 살았던 여성 예술가들을 다시 불러내어, 예술가로서 살아간 그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증언하는 작품과 자료를 바탕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간 동료이거나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준 스승이기도 했던 그녀들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여성 예술가들이 서로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해 주고받은 관계와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들이 가슴속 열정으로 만들었던 새로운 길을 살펴본다.
저자소개
[지은이?홍인숙]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대엔 시를 쓰고 싶어 말 한 마디, 술 한 잔에 사흘씩 넋 잃고 떠돌아다녔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개심했다고 부추기는 주위의 말에 속아, 주제넘게 공부하는 길이 내 길인 양 여기게 되었다. 오래 떠돌았으니 공부는 누구보다 진득하게 하리라 마음먹고 고전문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여성의 삶과 역사’라는 주제는 늘 가슴에 뜨거운 새 피를 돌게 한다. <봉건 가부장제의 여성 재현: 조선 후기 열녀전>, <열녀 담론의 새로운 독해>, <여학교 주변의 여자들>, <근대 계몽기 여성 글쓰기의 양상과 ‘여성주체’ 형성 과정> 등의 논문을 썼다. 좋은 강의를 하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단심을 품고 석 달 3년 넋 잃을 각오로 나아가고 있을 뿐, 아직 그 걸음의 최종 정착지를 알지는 못한다.
목차
머리말
1. 쌍벽: 황진이.이매창 - 천 년 절조絶調의 여성 예인
가장 낮은 것의 눈부신 솟구침, 비천卑賤의 비천飛天|나를 보겠거든 너를 보여라|
대담한 감흥, 넘치는 시재詩才|검은 거문고의 딸, 지음知音의 인연을 맺다|
허균, 황진이와 매창을 잇는 기묘한 고리|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
한 조각 얼음을 품은 다정多情|늘 그리운 사람, 유희경|천 년 절조의 여성 예인
2. 동경: 허난설헌.허소설헌 - 나는 그녀의 환생이다
난설헌이 되고 싶다|경계인, 변방의 적적한 삶|그 마지막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난설헌의 시에 운을 맞추어|홀로 고결한 난초를 그리다|세상에 음을 아는 이 없구나|
마침내 만난 두 시인
3. 회우: 운초.죽향 - 시인과 화가, 가슴속에 품은 우정
시로 쌓은 계단|자기 긍정의 힘|엉뚱한 재치, 구김살 없는 시흥|50년 연상의 남편|
운초의 친구들, 그리고 특별한 벗 죽랑|조선의 여성 화가, 죽향|시인과 화가의 우정|
가슴속에 품다
4. 대칭: 김명순.김일엽 - 매장된 미완의 예술가
억울한 그녀들의 신원伸寃|미쳐 버리고 만, 근대 조선의 첫 번째 여성 작가, 김명순|
자기 증명으로서 소설 쓰기|‘정숙한 처녀’와 ‘자유로운 신여성’ 사이, 내적 파열|
1924년, 거대한 소문의 폭풍|“봄이 오면 자살하렵니다.”|짐작과는 다른 그녀, 김일엽|
그들이 말하는 ‘최악의 탕녀’, 김일엽|소문에 묻혀 버린 ‘미완’의 작가, 김명순과 김일엽|
이제 방탕함으로 성숙해지는 그녀들
5. 석연: 나혜석.백남순 - 별들의 운행, 단 한 번의 스침
애석한 만남, 나혜석과 백남순|‘나혜석’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
나혜석이라는 ‘인간’의 여러 풍경|파리에 가기 전, 화가로서의 고민|
파리, 나혜석 앞에 열린 두 개의 문|별들의 운행, 단 한 번의 스침|
백남순의 예술적 결기|‘조선의 한 쌍 보물’, 백남순 부부|완벽한 절망, 재가 된 그림들|
나혜석과 백남순, 절멸 이후의 삶
6. 대구: 윤심덕.최승희 - 세상보다 키가 컸던 두 여자
키 큰 여자|우여곡절의 윤심덕|자유분방한, 관대한 윤심덕|양보하는, 손해 보는 윤심덕|
감상적인, 충동적인 윤심덕|탄탄대로의 최승희|엄격한, 독선적인 최승희|
야심에 찬, 손해 보지 않는 최승희|고집스러운, 이성적인 최승희|두 여자가 기억되는 방식
7. 홀림: 이화중선.김소희 - 소리에 홀린 사람
예술의 본질, 홀림|명창 이화중선의 전설|그녀의 삶, 조선 소리꾼의 생애|
득음得音, 소리를 얻는다는 것|‘구름에 달 가듯’ 표표飄飄한 목소리|
애기 명창의 천재 수학기修學期|다재다능한 팔방미인, 축복받은 예술가|기품의 판소리|
홀림, 도취와 희열의 순간
8. 반조: 이월화.복혜숙 - 여배우의 의리, 여배우의 우정
여배우들, 서로를 비추다|아찔한 도취, 난데없는 신예의 탄생|
신파극, 신극, 영화를 모두 거친 여배우|추문을 몰고 다닌 출생의 비밀|
여배우의 의리, 여배우의 우정|여배우의 관례를 깬 여배우|배우들의 왕언니|
반조, 서로를 비추는 거울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