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지휘한다
삶이 버거운 노숙자들에게 합창으로 희망을 전해 준 성공회대 교수이자 <음악이 있는 마을> 상임 지휘자인 홍준철. 그가 28년 동안 합창을 지휘하며 얻은 희망과 나눔, 인간애를 담은《나는 희망을 지휘한다》가 도서출판 마음의숲에서 출간됐다.
음악은 인간의 영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악은 영혼에 쌓인 일상의 먼지를 씻어 낸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음악으로부터 위로받고 지친 심신을 회복한다. 그러나 세상 풍파에 지친 이들에게 음악은 너무나 먼 메아리이다. 절망의 낭떠러지에는 어떠한 음악도 들리지 않는다. 인생 질곡에 빠져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세상의 냉랭한 조소와 실의에 빠진 혼잣말뿐이다. 그런 이들에게 지휘자 홍준철은 강박한 삶에 물기를 보태 주는 노래를 들고 찾아간다. 음악이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희망을 싹 틔울 것이라 믿으며 그들과 함께한다. 악보를 보기도 힘에 부치는 사람들에게 화성을 내라며 시작된 그의 노력은 노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희망의 하모니를 내게 한다.
음표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음을 내라며 시작된 좌충우돌 감동 하모니!
노숙자들과 홍준철의 첫 만남은 마치 고음과 저음처럼 먼 거리가 있는 듯이 보인다. 홍준철은 처음 노숙자들에게 음악이란 사람의 영혼이 가진 목마름을 채워 주는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육신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거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음악이냐?’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실패로 미래를 포기하려는 순간 음악으로 희망을 얻었던 자신처럼 노숙자들에게도 노래가 희망이 되리라는 믿음을 붙잡았다.
그는 어떤 때는 그들에게 고집스럽게 소리를 내라고 권유하고 때로는 개그맨처럼 웃음을 던지며 음의 높낮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를 가르쳐 나갔다. 엉망진창 발성과 서로 맞지 않는 음정.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도전과 열정은 노숙자들을 변화시켰다. 그들의 거친 마음 밭에 음악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떨어져 세상을 향한 긍정과 용기가 자라났다.
체조하고 발성 연습하고 노래하고 웃고 음악에 관한 지식을 알고 또 그것이 살아가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 가는 가운데 그들은 스스로 “소중한 삶을 산다. 기쁜 삶을 산다. 희망이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8주 정도 이르자 조금씩 아쉬워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선생님은 계속 남아서 우리하고 노래하고 살아요.”라며 작은 간식 하나를 챙겨 주는 사람도 있었고, 강사가 힘들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래해 주었다.
- 홍준철, 《나는 희망을 지휘한다》에서
그는 이처럼 음악의 힘으로 좌절과 실패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끌어 낸다. 세상살이의 고통으로 마음속에 묻어둔 삶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키워 나가도록 지휘한다. 그와 노숙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 하모니는 고운 천상의 하모니보다 더 생명력 있게, 감동 있게 다가온다. 각박한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이 새로운 삶에 대한 다짐을 담아 부른 합창은 절망과 고뇌를 넘어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게 한다.
불협화음 세상에 던지는 상생과 공존을 담은 합창의 메시지!
사람 사는 세상에는 차별과 갈등, 다툼이 끊이지 않아 소음이 가득하다.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무기로 자신의 옳음을 주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이로 소음과 쟁투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홍준철은 양보와 배려로 공존과 상생을 이루어 내며 더불어 상승 작용을 하는 합창의 시너지 효과가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삶을 합창에 비유한다. 어떤 이는 높게, 다른 이는 낮게 저마다의 음역과 목소리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데 노래하는 것처럼 사회 또한 각기 다른 개성과 의견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음이 부딪히는 것처럼, 이기주의와 경쟁심은 오히려 목표한 바를 더욱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나의 목소리를 낮추어 상대방의 소리를 듣고 다름을 감지할 때 비로소 ‘우리의 합창’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이 법칙을 삶에 적용하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마치 합창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어 전체의 균형을 맞출 때, 오히려 각자의 존재감을 뚜렷이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홍준철은 이 섬김의 법칙을 행하면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삶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음악으로 특별하게 바라보는 인생과 세상 이야기!
《나는 희망을 지휘한다》에는 음악을 토대로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홍준철 그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다. 그는 우리의 삶이 곧 음악이며 음악에 곧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의 기승전결에서 인생의 완급 조절을 알려 준다. 속전속결로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 전체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음악의 빠름과 느림을 들어 그저 빠르기만 한 것은 더욱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며 조급하게 만든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쉼 없는 삶에 고요한 침묵의 쉼표를 간직하라고 이야기한다.
또 음악의 긴장과 이완처럼 우리의 삶에도 비탈길과 평탄대로가 있음을 알려 준다. 역경이 다가올 때, 피하려 하지 말고 뒤이어 올 새 희망의 길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클라이맥스 뒤에 환희의 결말이 있는 음악처럼 끝까지 자신의 꿈을 믿고 가라며 힘을 준다. 이처럼 음악에서 발견한 삶의 철학은 노래처럼 쉽게 다가와 우리의 가슴에 깊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