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제1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제1권)

저자
편집부
출판사
해냄출판사
출판일
2006-06-14
등록일
2006-06-1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52 Bytes
공급사
북토피아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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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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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 최대의 핵 재처리 공장을 짓고 있는 일본이 톤 단위의 플루토늄을 들여오고 있다는 외신은 오늘도 계속된다. 미국이 한반도 땅 어딘가에 핵무기를 배치해 두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도 아는 바 없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선언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비핵화 선언'이 강대국의 강권에 의해 발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알몸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거짓 교태라도 부리고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외교와 안보를 주체적으로 걱정해야 할 나랏님들의 발상은 펜타곤의 발표를 복사해 읽어주는 듯하다.

절망이었다. 이것이 정말 한보도의 운명이란 말인가.
분노를 넘어 차라리 침묵해야 했다.

그러나 헤어날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에 침묵하고 있던 내게 어느 날 구원과도 같이 희미한 기억 하나가 어깨를 짚어왔다.

이휘소! 바로 그였다.'


[맛보기]



술망나니.

새남터의 망나니라면 술에라도 의지해야 죄수를 참수할 수 있을 거란 짐작은 들지만 하필이면 술망나니일까? 순범은 술망나니란 별명이 노상 달갑지가 않았다. 그러나 지난밤에도 그는 어김없이 술에 푹 절어서 귀가했다. 토막토막 생각이 이어지긴 하지만, 저녁 먹으러 들어가 반주 삼아 걸친 술에 꼭지가 돌아버린, 시경 근처의 밥집에서 나온 후로는 도무지 행로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굳이 기억을 되살려내기도 귀찮아서 멍한 채로 출입처에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술은 덜 깬 상태였다. 후배 기자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자리를 피했다. 요즘 새로 들어온 신참들의 항의가 만만치는 않지만 경찰서 기자실의 전근대적인 위계질서로 아직은 해묵은 기자들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였다.

얘들아, 우리도 처음엔 고생 고생해 가면서 선배들 수발을 들었단다.

일에서도 신참들은 주눅이 들게 마련이지만 이런 말 한마디면 기가 죽기 마련이었다.

순범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댄 채 하품을 해대며 졸음을 깨물었다. 십 년 가까이 경찰 출입기자 노릇을 한 끝에 다다른 곳이 시경 캡, 대수롭지 않은 웬만한 일은 후배들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굳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일도 없는 터에, 기자실은 석간 마감시간이 끝난 터라 더더욱 한가롭기 이를 데 없었다. 고참 기자들은 이런 시간이면 한 건 만들어 본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한잔 마시러 갈 궁리나 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하루 종일 술에 치여 고생을 하다가도 저녁만 되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술꾼들의 공통적 신체구조일 것이다. 딱히 떠오르는 술판이 없어 이 얼굴 저 얼굴 떠올려보는 차에 마침 후배 기자가 오락가락하던 전화 하나를 건네주었다.

「권 선배, 전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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