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정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 더 많은 보노보를 위하여!
진보적 법학자 조국의 또 다른 세상을 향한 진언
‘승자독식의 침팬지 세상’에서 ‘평화와 조화의 보노보 세상’으로
우리 자신과 사회 속에는 이미 침팬지가 너무도 많다. 이제 우리 자신과 사회 속에 움츠려 있는 보노보를 찾고 키울 시간이다. 침팬지의 속성과 침팬지 세상의 원리를 정확히 직시하는 보노보, 침팬지의 공격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로 받아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보노보, 이와 동시에 보노보적 법.제도.문화를 구상하고 모색하는 보노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보노보들의 즐거운 어울림과 신나는 연대가 필요하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저자 조국 교수는 《한겨레》, 《한겨레21》, 《경향신문》, 《위클리 경향》, 《시사IN》 등의 매체를 통해 세상일에 개입했고, ‘서울방송’에서 주관하는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서 ‘어심(御心)’을 불편하게 하고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발언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의 한 사람으로 정부에 의한 인권침해와 차별을 지적하고 시정권고를 내리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저자가 진단하는 한국은 정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여기서 제목에 보노보라는 생소한 동물이름을 사용한다. ‘파니스쿠스(paniscus)’라는 종명(種名)을 가진 보노보(bonobo)는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지대에서 새로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트로글로디테스(troglodytes)’라는 종명을 가진 침팬지와 구별되는 영장류 동물이다. 보노보는 엄격한 수직적 서열을 만들지 않으며 상당히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고, 무리 내 병자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고 그들을 보살피고 끌어안는다. 이러한 보노보의 행태와 문화는 남녀 평등과 ‘여성적인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페미니즘의 정신,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지향하는 자유주의를 제창한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正義論), 공존·돌봄·협력·소통의 경제 패러다임을 제창한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사상, “전쟁이 아니라 연애를 하자”(Make Love, Not War)라는 1960년대 반전평화운동의 슬로건 등을 이미 실천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이러한 보노보의 행태와 문화는 전 세계 영장류학계는 물론, 인류학계, 사회학계, 여성학계에 크나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처럼 보노보의 행동양식이 정글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여러 시사를 던진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으로, 저자는 민주, 인권, 공정, 평등, 연대, 복지 등 진보의 가치를 보노보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강조하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에 대한 저자의 진단과 대책을 담은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사회의 정글화에 대한 비판이며, 자발적으로 타올랐던 촛불에 대한 헌사이고 송가(頌歌)인 동시에, 낡은 깃발에게 성찰과 혁신을 요구하는 호소이고 고언이다. 저자에게 촛불은 침팬지에 맞선 보노보의 상징적 성격으로 다가온다. 낡은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보노보식의 저항으로 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고, 꿈꾸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깊은 바람이기도 하다.
‘정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새길을 찾자
문제는 비판을 넘어 무슨 대안이 있는가이다. 대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진보의 꿈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소수파인 진보진영은 날카로운 ‘가치전쟁’을 벌임으로써 주도권을 잡고 세를 늘릴 수 있다. 특히 미국을 ‘꿈의 나라’처럼 여겨왔던 한국사회에서 미국식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랄트 슈만이 말한 “늑대의 법칙”이 아닌 다른 사회적 원리에 기초한 사회운영모델을 탐구하고 제시하여, 보수정당과 구별되는 비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먼저 현 상황의 위기적 국면들을 다각적으로 진단한다. 한국사회는 극도로 정글화되고 있으며, 자본의 질서로 표현되는 ‘악마의 맷돌’이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하여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으깨고 갈아 상품화시키는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 맷돌은 통제되기는커녕 점점 더 빨리, 더 거칠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노동상황은 더욱 열악해져 비정규직은 나날이 늘어가고, 청년실업 또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구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복지환경 또한 갈수록 열악해졌다. 이러한 현실을 이명박 정부의 급격한 우향우정책이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진보진영의 역할을 제시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은 구색을 맞추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대안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저자는 진정한 대안을 위해 진보의 꿈이 재구성되고, ‘가치전쟁’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사회주의라는 이름하에 행해진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 이론과 실천을 성찰해야 하며, ‘교조주의’를 넘어 폭넓고 다양한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
게다가 진보진영은 현재의 상황을 ‘계급배반’으로 개탄할 것이 아니라, 10, 20년 미래의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기 전에 바로 지금 여기서 서민대중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책, 서민대중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책을 내놓고, 그들이 이 방책의 실현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 없이 서민층은 ‘우파 프롤레타리아’가 되어 ‘계급배반’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진보진영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권운동이다. 혁명과 전쟁과 폭정을 겪은 인류는 국경을 넘어 반드시 실현되어 할 「세계인권선언」.「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등의 인권규범을 만들었다. 이러한 인권규범들은 기준에 반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국가체제를 비판.부정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물론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나라는 소수이지만, 국제인권규범은 상당한 의미와 힘을 가지고 있기에 힘겹게 성취한 정치적 민주화를 지키고 나아가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는 한국 진보진영을 위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의 규범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분석 그리고 활용을 통해 진보운동은 그 근거를 제대로 찾을 수 있으며, 더욱 풍성하게 전개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한 구속, 국제앰네스티가 선정한 양심수, 대학 강의와 언론 칼럼을 통한 법 정신 실
현, 참여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시민ㆍ인권운동……. (법)학자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고, 세상과의 소통과 참여
를 위해 노력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법학자이다.
1965년 부산 구덕산 끝자락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법대 최연소 입학(만 16세 11
개월), 최연소 울산대 교수 임용(만 26세 11개월) 등의 기록을 쓴 바 있다. 법대 편집실 《Fides》편집위원과 편집장을 지내면서 '모래시계
세대'로서의 고민과 활동을 하며 지식인으로 사는 법을 배웠다. 헌법은 휴지 조각이나 장식적 허언에 불과하고, 형사법은 강압적 통치 도구에
불과했던 시절, '육법당(陸法黨)'의 일원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후배였던 박종철의 죽음의 의미를 가슴 깊은 곳에 새기고 서울대학교 대
학원 법학과에 진학하여 국가형벌권의 발동 근거, 논리와 작동 절차를 공부함과 동시에, 꾸준히 노동야학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과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후, 1992년 울산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으나, 학부·대학원 시절의 인연과 활동이
문제가 되어 다음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덕분에 형사법 전공학자로서 형사절차의 전 과정을 '현장실습'하는 '행운'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해 양심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석방 후 미국으로 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
했고 학위 취득 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이후 동국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2001
년 마지막 날에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어 현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과 소장
을 역임하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했으며, 여러 언론매체의 칼럼니스트와 법 관련 국가기관의 자문을 맡았으며, 2007년 12월부터는 국가인권위원
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대외협력부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김연수 교수 사태를 계기로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을 지난 4
월 초 대학본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공인 법학연구를 삶의 중심에 넣으면서도 여력이 되는 대로 전공 밖의 세상일에 관여하고 있
다. 법의 제정, 해석, 집행의 문제, 그리고 인권의 보장과 신장의 문제가 애초부터 세상 일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므로 학술서와 에세이
집을 함께 출간하고 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2001년), 『형사법의 성편향』(2003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2005년), 『성
찰하는 진보』, 『배신』, 『한겨레 인터뷰 특강』, 『떼법은 없다』, 『형법총론』, 『보노보 찬가』,『진보집권플랜』,『조국, 대한민국에 고
한다』 등의 저서가 있다.
첫머리에
들어가는 말: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에는 더 많은 ‘보노보’가 필요하다
제1장 ‘정글자본주의’의 시
대, 진보의 길 찾기
1. ‘악마의 맷돌’이 돌고 있다
2. 자본 앞에서 초라해진 ‘법 앞의 평등’
3. ‘촛불’의 경고와
진화
4. 진보의 진보를 위한 고언
5. 오바마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제2장 형벌권의 과잉과 남용은 안 된다
1. 형법은 사회통제의 최후수단
2. 사형만은 안 된다
3. ‘촛불’에 대한 보복을 멈춰라
4. 간통에 대한 ‘주홍글
씨’의 낙인을 거두어라
5. 격리와 억압 중심의 행형은 이제 그만
제3장 이 땅의 소수자를 위하여
1. 소수자의 인권
을 보호하라
2.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
3.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4. 양심에 따라 병역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사람들
5. 시혜나 동정이 아닌 인권의 주체, 장애인
6.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
7.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라
8. 한센병 환자와 HIV/AIDS 감염인
맺음말을 대신하여: “불환과이환불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