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 - 커스틴 첸 장편소설
'몇백 달러를 내고 최상급 가품을 사는 소비자와
2,000달러 넘는 진품을 사는 소비자는 사는 세상이 달라요.“
성공한 외과의사 남편과 자랑스러운 변호사 커리어, 어린 아들과 아름다운 집에서 완벽한 가정을 이룬 에이바 웡.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삶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고 값비싼 로스쿨 학위는 몇 년째 방치되었으며 아이의 짜증은 그녀를 한계로 몰아넣는다. 그때 에이바는 우연히 20년 전 돌연 학교를 자퇴한 룸메이트 위니 팡을 만난다. 예전에 위니는 수줍은 친구였지만 이제는 손에 들고 있는 값비싼 명품백과 어울리는 화려한 모습이다. 에이바는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삶을 되돌리기 위해 위니가 제안한 위험한 일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바로 가짜 명품백 사업. 두 사람의 범죄는 빠르게 커지며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눈부신 성공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오고 위니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른 에이바는 복잡하게 뒤엉킨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겉보기에는 훌륭하지만 모든 구석이 썩어 있던 에이바,
명품을 휘감고 나타난 스탠퍼드 자퇴생 위니,
치명적인 두 여자의 화려한 범죄가 시작된다!
두 가지 구성으로 진행되는 『모조품』은 에이바와 형사의 대화로 시작된다. 하지만 전반부 내내 형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건 경위에 대해 진술하는 에이바의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일인칭 내러티브로 진행된다. 에이바는 한평생 착한 중국계 미국인 딸로 자라온 자신이 어쩌다 가짜 명품백 사기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 불법적인 사업이 그토록 빠르게 커질 수 있었는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대답한다. 에이바의 말을 듣다 보면 모든 사건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흥미진진한데,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 심리 조종, 연상의 힘, 확증편향, 관심 분산의 기술 등 여러 기술이 나올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범죄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수록 드러나는 거대한 명품백 산업의 진실과 부품으로서 착취당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적나라한 모습, 소비지상주의 시대에 더욱 강렬해진 명품 욕망을 충족시키며 거대하게 몸집을 부풀린 모조품 산업까지 거미줄처럼 이어지며 겹겹의 층위를 쌓은 서사가 거침없이 질주하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돌연 정체를 숨긴 위니의 모습이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그려지며 시작된다. 전반부에서 에이바는 자신이 사기꾼 위니를 만나기 전까지 평생 만점을 받으며 작은 오점 하나 없는 성실한 인생을 살아왔음을 피력했지만,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진술을 발판 삼아 혁신적인 반전을 보여주며 서사의 전복을 시도한다. 그리하여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성장 환경에서 모범적인 사회인으로 자란 두 여자, 에이바와 위니의 극적인 인생 변화를 통해 오히려 비뚤어진 아메리칸드림을 가진 미국인들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짜와 구분이 안 되면 그게 어떻게 가짜 가방이야?” 위니의 물음에 반박할 수 없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