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롭고 간절한 : 위픽 시리즈
“이제 서로 자주 좀 들여다보고 살자.”
자꾸만 떠나고 싶은 청춘을 환대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초대합니다
2018년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독자의 곁을 함께 걸어온은모든 작가의 신작 《감미롭고 간절한》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세 여성의 평행우주를 그린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속 ‘은하’와 ‘민주’가 이번에는 춘천에서 만났다. 춘천은 부모님과 오빠를 떠난 은하에겐 아는 사람 없이 편히 있을 수 있는 곳, 민주에겐 좋아하는 친구가 새롭게 자리 잡은 보금자리이자 미묘한 관계였던 ‘훈’의 고향이다. 은하와 민주의 1박 2일짜리 짧은 여행에 훈과의 추억이 눈치도 없이 끼어들고, 넉넉한 호수를 품은 가을의 춘천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청춘들을 환대한다.
두 사람의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지난가을 이태원 참사 직후 시작된다. TV를 켜기조차 조심스럽고, 택시에서 만난 기사와 “털끝 하나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지내라는 당부를 안부처럼 건넨다. 이들에게 생존은 더 이상 막연하지 않은 일상의 화두다. 닿을 수 없을 만큼 치솟는 집값이며 얼어붙은 취업 시장, 발 디딜 땅을 좁히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힘껏 달리지 않으면 뒤처지는 현실은 이곳 아닌 더 나은 곳을 꿈꾸게 한다. 은하는 북적이는 서울을 떠나 춘천으로, 민주와 훈은 ‘헬조선’이 아닌 ‘미라클 모닝’도 가능해 보이는 외국으로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민주에게는 ITX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하는 춘천이, 훈에게는 바깥 소음이 고스란히 들리는 원룸만이 허락된다. 떠날 수 없는 것을 마냥 즐길 수는 없지만, 이들은 좋아하는 것으로 공간을 꾸미고 부드럽고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친구와 아낌없이 웃음을 나눈다. 함께 살아남아 웃고 싶어 친구의 안부를 간절히 묻는다.
빈틈없는 날들에 마음먹으면 2박 3일쯤 가뿐히 울 수 있을 것만 같아도, 쉼표를 찍어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라는 작가의 위로가 푹신한 낙엽 더미처럼 켜켜이 쌓인다. 아쉬운 이별 앞에서 금방 또 오겠다고, 자주 올 거라고 “이제 서로 자주 좀 들여다보고 살자” 약속하자고. 다시 떠나도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게 자리를 지키는 호수의 마음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