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어서 다행이야
할리우드 아역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나다
『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는 미국의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의 인기 시트콤 〈아이칼리〉(iCarly)에서 주인공 샘 퍼켓으로 분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제넷 맥커디가 애증 섞인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와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섭식 장애, 강박과 압박감 등을 솔직하면서도 흡인력 있게 풀어낸 책으로, 출간 직후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아역 배우 생활을 시작한 유년기부터 연기할 때와 달리 글쓰기는 “아무도 보지 않았고, 아무도 판단하거나 저울질하지 않아”(p.121) 좋았다는 그는, 애초에 자신이 글 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한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몸매가 끝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조차 사실은 섭식 장애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솔직한 고백,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된 뒤틀린 모녀 관계, 엄마를 포함한 가족과의 끊어낼 수 없는 감정싸움, 드라마 감독(‘더 크리에이터’)의 고압적인 지시나 성희롱에 가까웠던 대우,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제때 성장하지 못해 관계 맺기에도 서툴렀던 모습 등을 거침없으면서도 발랄한 문체로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의 큰 공감을 받으며 아마존 리뷰 6만 건이라는 기록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출간 이후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아마존, 《뉴욕타임스》 도서 TOP 10의 자리를 지켜, 매거진 《보그》로부터는 “대중문화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뉴욕타임스》에서는 아역 배우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제넷 맥커디를 주목하며 그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되게 성장한 이들을 향해 건네는 이야기
책의 구성이 엄마가 죽기 전과 후를 기준으로 크게 2부로 나뉜 것만 봐도 제넷의 인생에 엄마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제넷이 두 살일 때 엄마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오랜 치료 끝에 완치되기는 했지만, 언제 암이 재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넷은 늘 엄마의 상태를 신경 쓰며 불안 속에서 지내야 했다. 엄마를 잃고 싶지 않다는 불안은 엄마를 무조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는데, 엄마는 그런 마음을 이용해 배우가 되는 것부터 시작해 결정의 순간마다 제넷을 통제하려들었다. 암이 재발한 이후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더욱 제넷에게 집착했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딸에게 “너 때문에 암이 재발했어. 너는 이 사실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해”(p.219)라며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엄마의 죽음으로 하기 싫은 배우 활동을 억지로 시키거나, 친구관계나 연애관계를 함부로 재단하고, 식사 칼로리를 제한하는 존재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넷은 상실감과 공허함으로 인해 한동안 폭식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알코올 중독 증세도 보이기 시작했다. 연인의 권유로 심리치료를 시작하지만 엄마에 대한 물음 앞에서 처음엔 오히려 도망치고 만다. 다행히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용기를 갖고 다시금 치료를 이어간 끝에, 비로소 자신을 향한 엄마의 강박적인 사랑의 방식이 올바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마침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토대를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과제를 앞에 두고, 제넷은 막막하지만 그러나 분명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며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이들로 하여금 응원의 마음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