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 한시에서 찾은 삶의 위로
옛글을 따라 우리 인생을 걷다
매일 매일 나를 돌아보는 시간
한시를 소재로 한 책은 대체로 한시를 소개하고 한시 자체를 해설하는 데 주력하지만 이 책의 중심은 한시가 아니라 저자의 옛날이야기이다. 한문학자이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인 저자의 옛 추억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서른여덟 편을 소개하는 일기장 같은 에세이다. 다만 일기와 다른 점은 저자의 느낌과 생각만 담아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옛사람의 한시를 섞으며 글을 풀어 나갔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제는 크게 존재와 자연, 사색과 감성, 해학과 풍자, 삶과 사랑의 네 가지로 나눠진다.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에서 어린 날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조선 선비의 감정에 공감하고, 인생의 소소한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고려의 시인이 느꼈던 삶의 지혜를 깨닫고, 군왕과 대학자도 모기를 미워해서 시를 지었음에 웃음과 더불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고 난 뒤 비슷한 경험을 한 선비들의 시를 읽으며 마치 내 일 인양 가슴 깊이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일상의 이야기들과 함께 소개된 한시를 읽다 보면 고려와 조선 시대 사람들의 마음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공자는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 하여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렀다. 공자의 말 때문인지 사람들은 대부분 오십 세가 넘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살아온 건 과거이고,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말이다. 그것이 저자가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세상은 이렇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책에 담으려 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정답이 들어 있지 않다. 옛사람의 진중하고도 사려 깊은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았다. 옛사람들의 마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위로와 공감을 얻을 뿐이다. 역사 속의 위대한 문장가, 사상가로 알려진 사람들도 평범한 우리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온갖 상념에 젖었다. 아름다운 꽃을 향한 감탄과 숭배, 달려드는 해충을 향한 분노와 적의, 친구와 자식의 죽음을 마주한 비통함, 아내와 해로하기를 바라는 애틋함을 담아 시를 썼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지 별 거 있냐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이다. 황제의 정원에 핀 꽃뿐만 아니라 들판과 산에 핀 야생화도 아름다고 소중하듯이 모든 사람의 인생은 다 가치 있고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것, 그래서 인생 별거 있다는 것.
이 책은 저자의 열한 번째 작품이다. ‘10’은 완성된 숫자이기에 다시 ‘1’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처음 쓸 때의 설렘만으로 원고를 썼기에, 내용의 경중에 관계없이 그 설렘을 독자들이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