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 이성아 소설집
제목처럼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는 온통 예감으로 가득하다. 그녀들은 내내 태풍과 비바람, 황사 등 일상의 변화를 예감하는 어떤 전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실제로 일어난다. 그녀들은 찢기고 피 흘리지만, 끝끝내 생을 묵묵히 살아간다. ‘뿌리내린 것들의 숙명’이 그러하지 않겠느냐는 듯. 그러나 삶이라는 거친 질료를 그 품 안에서 용광로처럼 녹여낸다.
1995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2005년 소설집 『절정』을 냈던 이성아 작가가 8편의 단편을 묶어 두 번째 소설집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를 펴냈다. 6년 만이다. 최근 다양한 실험과 더불어 젊은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는 문단에서, 이성아와 같은 묵직한 문장과 주제의식을 지닌 ‘정통파’ 작가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등단한 이성아 작가가 첫 소설집 『절정』에서 보여준 것은 여성적 조건으로부터의 자유였다. ‘한 여성이 사회적 윤리나 도덕 혹은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참혹하고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으면서도, 이내 자신을 ‘절체절명’의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힘을 가진 작품들이었다.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에서도 삶은 그녀들의 뒤통수를 치거나 발목을 걸고넘어진다. 그녀들은 문학비평가 장성규의 지적대로 아버지-아들로 대변되는 외디푸스 구조의 외부에 놓인 존재들이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여성들은 주로 모성성을 강요당해왔다. 여성이 아닌 어머니로 살아가도록,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이 미덕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떻게 세상에 투영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