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간호사의 골든 메모리
“너는 사는 게 재미있어?”
“아니, 요즘 뭘 해도 재미가 없어.”
“나도. 어떤 감정도 느껴지질 않아. 이대로 미쳐버리면 어쩌지?”
돈 없는 학생 때부터 나와 내 친구들은 정말 떨어지는 낙엽에도 웃고, 웃다가 배 아파서 울기도 하고, 그 모습이 우습다며 서로 또 배꼽 잡고 웃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때 우리의 웃음소리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것만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을 함께해 준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우리는 더 잘하고 싶지만 의지대로 풀리지 않던 공부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년도 대학 입결을 들락날락하며 불안함에 시달리던 시간들도 이제는 그마저도 추억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찬란한 어린 날을 놓아두고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걸어나가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나의 불안함과 연약함을 부족함 없이 안아주던 친구들 틈의 둥지에서 벗어나 오롯이 서서 나아가는 ‘나’ 자신이 될 때 비로소 마주한 ‘나’는 도대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홀로 선 나는 아무런 창과 방패도 없고, 웃음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