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그림
지독한 가난, 사회적 차별, 놀림과 조롱…
대표작을 통해 살펴보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사연을 접한다. 뉴스나 SNS, 혹은 지인을 통해 누군가의 속사정을 듣고, 그를 이해하거나 비판한다. 사연을 듣는다는 건 대상과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단편적인 면만 보고 생겨난 오해와 편견을 지워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어떠한 대상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에 얽힌 사연을 듣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 모든 미술 작품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다빈치의 〈모나 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별로 크지도 않은 이 초상화가 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뭉크의 〈절규〉 역시 너무나 유명하지만, 이 심란한 그림이 어떻게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는지, 그가 무엇 때문에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뒤샹의 변기는 어떻게 현대 미술의 신화가 되었을까. 니키 드 생팔은 왜 붓이 아닌 총을 들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까.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가 선별한 위대한 예술가 32인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나아가 미술과도 친해져 있을 것이다.
유명 화가부터 낯선 현대 미술가까지
르네상스와 동시대 미술을 아우른 미술 교양서
『사연 있는 그림』은 지독한 가난과 사회적 차별, 끔찍한 성범죄, 심지어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나아갔던 32인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반 고흐, 피카소, 앤디 워홀과 같이 잘 알려진 유명 화가들은 물론이고, 이동을 위한 일상적 활동인 ‘걷기’를 통해 조각을 만드는 리처드 롱, 꽃가루나 돌처럼 자연에서 얻은 유기적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볼프강 라이프 등 우리에게 조금 낯선 현대 미술가도 등장한다. 일화 중심의 어렵지 않은 언어로 쓰인 책을 통해 서양미술사와 현대 미술의 경향까지 살필 수 있다.
화가의 생애뿐 아니라 명작의 가치와 부자들의 소유 욕망에서 비롯된 그림값과 관련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고흐가 그린 초상화를 자신이 죽었을 때 함께 화장해 달라고 말한 어느 회장님의 기막힌 유언과 카지노 슬롯머신 사이에서 불편한 ‘꿈’을 꾸게 된 피카소의 명작에 얽힌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걸작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보자.
책에 실린 다수의 그림은 세계 도처의 미술관에서 저자가 직접 조우한 작품들이다. 소개한 그림을 볼 수 있거나 해당 작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미술관은 스페셜 페이지로 소개돼 있다. 루브르 박물관부터 드 퐁트 현대 미술관까지, 미술관 23곳의 기본 정보와 그에 얽힌 사연 또한 즐거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수많은 시련 앞에서도 꺾이지 않은 마음
위대한 예술가에게 얻는 삶의 영감과 용기
흔히들 “예술 하면 밥 굶는다”라는 말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평생 치열하게 작업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 길을 걷고, 성취를 이룬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그들은 왜 예술을 선택했을까? 예술가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미술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며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소개해온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는 그러한 질문을 품고 이 책을 써냈다.
이 책은 남성 화가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누렸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비제 르브룅과 성범죄 피해자에서 미술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화가로 거듭난 젠틸레스키가 비로소 재평가를 받고 있듯이, 고뇌하고 번뇌했지만 결국 해낸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메시지처럼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이뤄낸 예술가들의 성취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르누아르는 생활고와 전쟁을 겪고 비평가들의 조롱까지 받았지만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말년에는 관절염으로 고생했으나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고통과 환희를 넘나들며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사연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삶의 영감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