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시간 - 안희정 몰락의 진실을 통해 본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속성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첫 조력자 ‘문 선배’그가 5년여의 침묵 끝에 들려주는 안희정 몰락의 진실, 그리고 반성문
2018년 3월 5일 월요일 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전 수행비서의 미투 피해 사실 폭로와 함께 몰락했다. 촉망받는 정치인의 민낯은 많은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그 충격의 시간으로부터 만 5년 이상이 지나 이제 세간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지 오래인 시점에 안 전 지사에 관한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첫 조력자인 ‘문 선배’다. 오랫동안 익명의 ‘문 선배’로 불려온 이는 바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안희정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문상철 씨다. 그는 왜 이제야 비로소 안 전 지사에 관한 책을 출간한 것일까?
저자는 미투 피해자의 첫 조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피해를 막지 못한 자신 또한 공동의 가해자라는 자책감에 5년 이상 말과 글을 잊고 살아왔다. 또한 2년여의 재판 과정을 거치며 안희정의 사람들에 의해 많은 상처를 받으며 그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꿈꾸었던 시간 모두를 기억 저편으로 묻어두었다. 그랬던 저자가 오랫동안 홀로 품어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 것은 안희정과 함께한 시간과 경험이 자신만을 위한 개인의 사유재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공재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안 전 지사와 함께한 시간을 수없이 복기하면서 그의 정치적 도전과 실패가 지닌 함의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즉, 미투 사건은 트리거였을 뿐 안희정은 이전부터 서서히 몰락의 시간을 걸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몰락의 길은 정치권력을 쥔 누구라도 걸어갈 수 있는 길임을 깨닫고, 동일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치인 안희정의 도전과 실패에 관한 생생한 목격담이자 반성문이며, 더 이상 제2, 제3의 안희정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공공의 기록물이라 하겠다. 저자는 이 책의 인세 수익 전액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정치권력의 속성을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충남도지사로 처음 당선되었을 당시의 안희정은 정치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초기에 그는 결재서류를 없애고 전화기를 없애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정치·경제·외교·문화·사회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봉하의 스타’에서 더 나아가 생각하는 정치, 공부하는 정치, 페이퍼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만드는 정치 등, 그와 함께 정치의 본질을 알아가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은 무릇 정치인의 기본을 보는 듯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안희정은 서서히 공무원 의전 카르텔에 포섭되어가며 현실 정치에 물들어갔을 뿐 아니라 팬덤에 의해 영웅 심리에 젖은 정치인으로 변질되어간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향한 욕망은 자본의 달콤함과 보상심리에 관대해지고, 그렇게 일그러진 권력은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 되어갔다. 사고방식과 행동, 태도가 서서히 변질되고 잠식되면서 마침내 부패하고 붕괴하는 이 모든 과정에 대한 서술은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자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가득해 정치권력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는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 그리고 이후 미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밀착 카메라처럼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피상적으로 알았던 안희정 몰락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안희정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에 있지 않다. 저자는 다시는 이와 같은 정치인이 나오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것을 권한다. 이에 대한 저자의 통찰 가득한 제언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한 편의 글만으로도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꼭 읽어야 할 자가 점검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