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월
◎ 한국어판 서문
人生如船 인생은 배와 같아
隨緣得月 인연에 따라 달을 얻고
―《선월(船月)》의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하여
중국과 한국은 서로 인연이 깊은 나라입니다.
순망치한의 판도가 이렇게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67년 전에 일어났던 마음으로 놀라게 하고 넋을 뒤흔든 역사 또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연이 있었으므로 곧 ‘배’와 ‘달’이 서로 호응하였고, 다시 ‘물 위에 쓴 일기’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인연이 있습니다. 이 인연은 이 소설을 지어야겠다는 충동이 생겨나기 10년 전, 20년 전, 아니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어서 시작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인연은 매우 깊고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세기의 교차로에 서서 내일을 바라보니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합니다. 눈 안 가득 들어오는 것은 새로운 태양, 그리고 햇빛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린 무궁화입니다!
이것은 중국과 한국 두 나라 국민의 무궁하고도 두터운 우정입니다! 저는 마치 인민문학출판사에 계시는 훌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들의 기쁨과 위안의 찬탄을 듣는 듯합니다. 돌아보면, 북경 천안문 상공의 비둘기들이 날아다니는 푸른 하늘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구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궁화는 한·중 양국의 우정의 미래가 끝없이 찬란하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범우사 윤형두 회장님의 한국어판의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손을 내밀어 저와 악수할 때, 저는 그 뜨거운 진심을 뚜렷하게 느꼈습니다.
지금, 남호의 마름향을 가득 실은 이 작은 배는 마침내 인민문학출판사와 범우사라는 두 개의 커다란 노를 저어 한국의 서울에 들어왔습니다. 뱃전의 밝은 달은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에 하나의 달이 떠 있고, 몸 속에 또 하나의 달이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비추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선조들이 글자를 만들 때에 일찌감치 ‘붕우(朋友)’ 속에 새겨놓은 의미를 묵묵히 문득 깨닫습니다. 그러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는, 아무래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민문학출판사가 저의 작은 배에 달을 싣고 출항하여 촘촘하게 수로가 싸여진 강남을 떠나 대운하를 따라 뭇 사람들이 주시하는 북경으로 항해하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범우사가 저의 작은 배를 이어받아 바다를 건너 먼 길을 떠나 꽃씨와 우리들의 오랜 우정 그리고 문화를 싣고 무궁화가 활짝 핀 곳으로 항해하게 하여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일찍이 존경하는 김신 선생님을 본보기로 삼아, 중·한 양국의 우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력을 다하는 ‘민긴대사’가 되겠노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야만 비로소 아래와 같은 저의 창작 초심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후인들로 하여금 역사에 보답하게 하라.
역사로 하여금 미래를 말하게 하라.
1999년 12월 8일
중국 가흥 월수리에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