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고전소설의 지혜를 담다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고전을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은 세상이어서 그런지 고전을 교과서라는 감옥 속에 유폐시켜 수업용이나 시험용으로 들춰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험을 위해서 그 난수표 같은 낱말이나 어구풀이, 고사 성어 등을 외우던 것을 생각하면 ‘고전(古典)’이 아니라 ‘고전(苦戰)’을 치러야 하는 힘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고전(苦戰)을 면하게 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단순하게 작품을 연구하는 것을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더 고전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였으며, 다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동안 모아온 고전소설에 대한 ‘엑기스’를 이 책에서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이 책은 그동안 『논』에 연재된 원고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은 것으로, 그 내용에 있어서 필자의 책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국고전소설>의 작품해설을 바탕으로 하였다.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국고전소설>이 작품의 원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각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욱더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며 사진 자료들을 많이 활용하였다.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문학사적 가치와 더불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교과서의 빈도에 주목했다. 다행스럽게도 고전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가 교과서의 빈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고전소설은 <홍길동전> <박씨전> <구운몽>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허생전> 등 여덟 편이다. 이 여덟 편의 고전소설에 <문학>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금오신화》와 <양반전> <예덕선생전>을 비롯한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첨가하고, 여기에 대표적 풍자소설인 <배비장전>과 구활자본 고소설의 대표작인 <채봉감별곡>을 첨가하여 총 12편의 고전소설을 가지고 이야기를 엮어갔다.
목차
서문 - 함께 나누는 재미있는 고전 이야기
<<금오신화>> 매월당 김시습
- 역사의 횡포에 맞선 아름답고도 슬픈 판타지
매화와 달, 고독한 방외인의 초상 / 천년 뒤에 나를 알아주길 바랄 뿐 /
<<금오신화>>, 그 아름답고도 슬픈 판타지 / 읽을 만한 텍스트 / 매월당 김시습 연보
<홍길동전> 교산 허균
- 자아실현을 위한 투쟁과 유토피아
허균이 정말 <홍길동전>을 지었을까 / 홍길동은 실존 인물인가 / 자아실현, 그 멀고도 험난한 길 /
홍길동, 그 빛나는 이름 / 읽을 만한 텍스트 / 교산 허균 연보
<박씨전>
- 병자호란의 치욕을 설욕하는 여성의 힘
병자호란의 치욕, 그 과정과 결과 / 박씨의 변신과 활약 / 소설 속 허구를 통한 설욕 /
여성의 잠재된 힘 / 읽을 만한 텍스트
<구운몽> 서포 김만중
- 제어할 수 없는 세속적 욕망, 그 질주와 머뭇거림
인생은 뜬구름처럼 헛된 것인가 / 질주하는 세속적 욕망의 세계 /
성진과 양소유, 어느 것이 진짜인가 / <구운몽>의 탄생 비화 / 서포 김만중, 벌열층의 고민과 갈등 /
읽을 만한 텍스트 / 서포 김만중 연보
<<방경각외전>> 연암 박지원
- "한 푼어치도 안 되는, 이 한심한 양반들아"
연암은 왜 <<방경각외전>>을 지었을까 / 양반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 /
도시의 자유로운 공기와 건강한 여항인의 삶 / 읽을 만한 텍스트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 새로운 시대를 향한 유쾌한 여정
<<열하일기>>는 어떤 책인가 / 이용후생의 길 / <옥갑야화> 혹은 <허생전> /
<<열하일기>> 그 이후, 문체반정 / 읽을 만한 텍스트 / 연암 박지원 연보
<춘향전>
- 아름답고 매운 '봄의 향기'
<춘향전>의 아우라, 그 거대한 숲 / 영혼과 육신이 만나는 아름다운 전경 /
양반의 노리개가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 / <춘향전>의 다양한 변주 / 읽을 만한 텍스트
<심청전>
- 세계의 횡포와 눈먼 육친에 대한 사랑
효인가, 불효인가 / 육친에 대한 지극한 사랑 / 세계의 횡포에 맞선 처절한 운명 /
환상적 요소의 개입 / 읽을 만한 텍스트
<흥부전>
- "이놈의 심술은 이러하되, 집은 부자라 호의호식하는구나"
흥부냐, 놀부냐 / 놀부의 탐욕, 흥부의 수난 / 조선 후기의 빈부 갈등 / 놀부, 황금탑의 면죄부 /
돈과 윤리의 문제 / 읽을 만한 텍스트
<토끼전>
- 봉건체제에 대한 풍자 혹은 미화
동물우화를 활용한 풍자 / 봉건체제와 이념에 대한 신랄한 풍자 / 지방통치의 수탈 양상 /
<토끼전>의 결말, 봉건체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 / 읽을 만한 텍스트
<배비장전>
- 양반의 위선에 대한 신랄한 풍자
조선 후기 세태소설, <배비장전> / 경직성 교정을 위한 웃음 / 관인사회의 요란한 신고식 /
방자와 애랑의 적극적 개입 / 양반의 위선에 대한 풍자 / 기생 애랑의 이중성 /
통렬한 풍자와 시원한 웃음 / 읽을 만한 텍스트
<채봉감별곡>
- 부패한 세도정권의 횡포에 맞선 젊은 남녀의 사랑
근대전환기에 새로 나타난 고전소설 / 부패한 봉건 지배층, 허 판서와 김 양주, 그리고 김 진사 /
진취적인 젊은 세대, 채봉과 장필성 / 사랑, 그 험난한 여정 / 읽을 만한 텍스트
고전소설, 어떤 작품을 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