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또 올게
만학으로 한글을 깨치고 80세에 첫 책을 펴낸 96세 어머니 홍영녀
그 어머니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해 세상을 울린 72세 딸 황안나
아름다운 수필이 된 질곡 많은 어머니의 삶과
어머니를 향한 딸의 애틋한 사랑이
가슴 뭉클한 모정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005년 《친정엄마》로 시작된 ‘엄마 열풍’이 출판계에 이어 공연계를 달구더니 이제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2008년 출간 당시 1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이 올 봄, 미국 출간 3일 만에 아마존 종합순위 19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면서 국내에서도 그 열풍이 한층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엄마 열풍’에 더욱 불을 지필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아흔여섯 살 어머니와 일흔두 살의 딸이 함께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엄마, 나 또 올게》가 바로 그것이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육남매를 키워온 질곡 많은 어머니의 일생과, 그 어머니의 노후를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늙어가는 딸의 애틋한 사랑이 콧등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 이야기는 이미 2005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눈시울을 적셔왔다.
특히 평생 무학으로 살아온 어머니가 일흔이 다된 나이에 독학으로 글을 깨치고 쓰기 시작한 일기는, 노년의 외로움과 병환의 괴로움, 자연에 대한 감사, 먼저 떠나보낸 자식과 남편을 향한 그리움, 육남매를 그리는 애틋한 모정 등을 가슴 저미도록 진솔하게, 때로는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엄마, 나 또 올게》는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어머니 홍영녀 씨가 쓴 감동적인 일기와, 2004년부터 현재까지 딸 황안나 씨가 매주 어머니를 찾아뵈면서 겪은 사연들, 노모를 모시는 딸의 심경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그대로 질곡 많은 한 여성의 삶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이며, 언젠가는 노년의 삶을 살게 될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부모님의 삶과 노년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며, 유명 작가의 유려한 문장보다 일반인의 진솔한 이야기가 훨씬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힘들 때면 언제나 엄마 품에서 쉬었습니다.
이제 외로운 당신 곁에 제가 있어 드릴게요.
또 올게요, 엄마!”
엄마 열풍을 보다보면 동물에게 회귀본능이 있듯, 우리 인간도 어쩌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의 근원인 엄마 품으로 끊임없이 돌아가고픈 본능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 수년째 반복되는 뻔한 ‘엄마 스토리’에 여전히 사람들이 감동하고 그 열기가 식기는커녕 점점 더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엄마, 나 또 올게》도 전혀 색다른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내 어머니, 내 할머니, 내 외할머니 이야기인 듯 공감되고, 어느새 그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히며 당장 그 품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억누를 수 없게 되는 그런 평범한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책 제목처럼 “엄마, 나 또 올게.” 하고 말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에 썼듯 “엄마가 세상에 안 계셔서 찾아갈 수 없는 이들은 울게 되고, 엄마가 아직 살아계신 이들은 한 번 더 찾아뵙고, 좀 더 자주 전화를 드리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뭉클하고 행복해지는 엄마라는 존재가 있음에 새삼 감사하며, 이제 외로운 엄마 곁에 내가 함께 있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눈시울을 적신
KBS〈인간극장〉‘그 가을의 뜨락’ 편 주인공
홍영녀 할머니의 아름다운 글을 다시 만난다!
1995년 여름, 딸 황안나 씨는 친정집에 갔다가 옷장에서 어머니의 일기장 8권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어머니는 평생 무학으로 살아오신 데다 벌써 10년 가까이 병환에 시달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황안나 씨는 어머니 모르게 일기장들을 집으로 싸 가지고 와 며칠을 읽었다. 비록 서툰 글씨에 맞춤법도 엉망이었지만, 글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묵혀둘 수 없었던 그녀는 형제들과 상의한 끝에 마침 팔순을 맞으신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해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1995년 겨울, 그렇게 어머니의 책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책이 출간되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출간된 주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이 오르는가 싶더니 신문과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다. 어느덧 10년이 흘러 책도 절판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차츰 잊힐 무렵, KBS <인간극장>에서 이제 아흔이 되신 어머니 이야기를 5부작으로 방송하면서 다시 어머니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그때부터 딸 황안나 씨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어머니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의 아름다운 글을 다시 읽고 싶다고 요청해온 데다, 이제 떠나실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머니와의 추억들을 오래 두고 볼 수 있도록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글들을 보기 위해 하루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했고, 덕분에 어머니의 일기 글과 딸이 쓴 어머니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 홍영녀 씨는 딸이 어머니 생전에 선물하고 싶어 조바심을 내며 준비한 이 책의 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2년 8개월간의 와병 끝에 올 봄(2011년 3월 31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친정을 다녀오며 엄마에게 늘 하던 “엄마, 나 또 올게.”라는 말은 이제 어머니 산소를 다녀오며 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인의 내면에 깃든 향수와 정서를 가장 잘 상징하는
김정수 화백의 진달래꽃 그림이 함께한다!
《엄마, 나 또 올게》에는 ‘진달래’ 화가로 유명한 김정수 화백의 진달래 그림 10점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인의 내면에 깃든 향수와 정서를 가장 잘 상징한다.”고 평가받는 이 그림들은 책을 읽다보면 문득문득 마음속에 그려지는 엄마 모습과 겹쳐지면서 아련한 그리움의 여운을 한층 더해준다. 김정수 화백은 한 인터뷰에서 “진달래는 유난히 햇빛을 좋아하는 데다 큰 나무가 없거나 헐벗은 산에서도 군락을 이루는 게 어머니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며, “진달래꽃이야말로 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축복의 메시지로 치환할 수 있는 소재”라고 밝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재학 중이던 1983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헤이터 판화공방에서 수학한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가져오던 중 1995년부터 진달래꽃 그림을 그려왔다. 2004년 귀국한 뒤 황토색의 거친 삼베 화폭 위에 특유의 진달래 그림을 선보이며 단숨에 인기 화가 대열에 합류했다. ‘진달래’ 화가로 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