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아래
산과 산이 서로 허리 잇대어
깊고 험한 산일지라도
길과 만난다...
말하자면 산 사이로 난 길은
모든 산의 두통과 비밀한 고뇌가 잠시 그친 곳
길은 가시덤불과 적자생존과
영역 확장의 반연을 멈추게 하여
편안하게, 산을 쉬게 하고 싶었던 거다..
산수유 꽃 지는 산동마을
병아리떼 오종종한 그 환한 산길을
눈빛 줄 대 없이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오래된 길의 그늘처럼 아름답다..
길이 길에 연하여
끊기지 않은 길이라 할지라도
강과 만난다.
말하자면 들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은
온갖 길의 복통과 꽃 지는 설움이 잠시 그친 곳
강은 아픈 바퀴와 양은냄비의 삶과
질주의 광기를 멈추게 하여
그윽하게, 길을 잠기게 하고 싶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