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

저자
편집부
출판사
북토피아
출판일
2004-03-09
등록일
2004-03-0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95 Bytes
공급사
북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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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쓰기, 자유를 향해 걸어가는 존재의 상흔들…

'어쩌면 그것은 나이 마흔이 되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꽃이 아닐까. 가지마다 촘촘히 매달려 환하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벚꽃이나 매화와는 달리 더 붉고 요염한 자태지만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들이 묘한 슬픔을 몰고 오는...'

폐부를 휘젓는 감각적인 문장과 뛰어난 심리묘사 그리고 깔끔한 구도로 주목받는 신예작가 김이정 단편소설.



그녀는 얼마 전에 마흔 살이 되었다. 태어난 지 꼭 마흔해가 되는 날. 그녀는 그날을 가만히 앉아서 맞이하기가 두려워 여행을 떠났다. 발길이 닿은 곳은 남도땅이었다. 어쩌다 한번씩 스치듯 지나치기만 했던 그곳에서 그녀는 뜻하지 않게 복사꽃 무리를 보았다. 복숭아 과수원이 된 산기슭에 물감이라도 번진 듯이 아련히 붉은 도화(桃花). 물론 복사꽃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눈에 익은 꽃이지만 그토록 시선에 깊이 박힌 것은 처음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나이 마흔이 되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꽃이 아닐까. 가지마다 촘촘히 매달려 환하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벚꽃이나 매화와는 달리 더 붉고 요염한 자태지만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들이 묘한 슬픔을 몰고 오는…. 그녀는 처음인 듯 맞이한 복사꽃밭 아래서 마흔의 첫날을 보냈다. 떨어지는 도화잎 같은 생이 개울물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떨어지는 붉은 꽃잎을 보며 깨닫는다. 자유란 외로움의 대가라는 걸…. 그리고 그녀는 선택한다. 좀 외롭기로, 기꺼이 작정을 한다. 마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복사꽃의 아련한 슬픔처럼, 외로움 역시 마흔 전에는 그렇게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외로움에 급급해 세웠던 무수한 팻말들. 그녀는 비로소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다. 문득 글쓰기를떠올린다. 자유를 향해 걸어가는 존재의 상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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