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부패의 언어 -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농장 이야기

부패의 언어 -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농장 이야기

저자
윌리엄 배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5-12-18
등록일
2026-01-29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1KB
공급사
우리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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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들판에 놓인 시체, 물에 잠긴 시체, 불에 탄 시체,
자동차 트렁크에 숨겨진 시체, 시멘트에 뒤덮인 시체로
‘부패의 언어’를 배우는 곳
저자가 시체농장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사실 전 세계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됐을 정도로 엄청나게 망신스러운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도굴당한 무덤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시신의 사망 후 경과시간을 무려 ‘113년’이나 빗나가게 판단했던 것. 부패가 진행되긴 했지만, 분홍빛이 도는 피부에 온전한 시신의 형태를 보고 사망한 지 길어야 ‘몇 달’이라고 판단했으나 무려 미국 남북전쟁 때 죽은 샤이 중령의 시체임이 밝혀진다. 1860년대 장례 관습에 따라 시신은 방부 처리가 된 데다 관이 주철로 만들어진 탓에 물, 산소, 관파리가 차단되어 부패 속도가 현저히 느렸던 것이다. 이미 20년 경력의 테네시주 공식 법의인류학자였던 저자는 구겨진 체면에 신경 쓰기보다 사람의 목숨이 끝났을 때 시작되는 사후 과정에 대한 무지함을 처절하게 반성하며 시체농장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1980년 설립 이후 약 1200평에 달하는 시체농장에서 저자는 미국 전역에서 시신을 기증받아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놓고 사후 과정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시체를 물웅덩이에 담가놓고 언제, 어떤 형태로 시랍(습한 곳에서 부패한 시신에 생기는 왁스)이 생기는지, 뚱뚱한 시체와 날씬한 시체 중에 어느 쪽이 더 빨리 부패가 진행되는지, 얕은 무덤, 숲의 그늘, 자동차의 트렁크나 뒷좌석에선 시체가 어떻게 부패하는지, 더 나아가 시체가 부패할 때 구더기, 파리, 송장벌레 등 곤충은 어떤 활동을 보이는지, 부패한 시체가 놓인 토양은 어떤 화학물질의 변화가 일어나는지 등이다. 즉 사망 직후부터 몇 주, 몇 달이 지나 뼈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시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연구하고 기록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사람 시신의 부패 과정의 ‘시간표’, 즉 사망 후 경과시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실제로 살인사건 희생자가 발견되었을 때, 그 시신이 어떤 환경, 어떤 부패 단계에 있든지 간에 경찰에게 그 사람의 사망 시각을 과학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말해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망 후 경과시간이 왜 그리 중요한 걸까? 대체 무엇을 의미하기에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걸까?

맨 뼈, 썩은 시체, 구더기와 파리로
가장 정확한 ‘죽음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치열한 분투의 시간
1999년 5월 미시시피주 파이크 카운티의 한 오두막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일가족의 시체가 발견된다. 젊은 부부는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했고, 어린 딸은 목이 졸려 죽은 데다 성폭행까지 의심되는 상태로 부패해 있었다. 용의자는 죽은 손녀를 발견하고 24시간 만에 25만 달러짜리 생명보험금을 청구한 의붓할아버지였다. 6년간의 첨예한 법정 다툼 때문에 시신은 이미 오래전에 매장되어 남은 것이라곤 발견 당시를 찍은 사진과 노트 기록뿐이었다.
저자는 수십 년간 시체농장에서의 연구로 시체 부패의 과정이 예측 가능한 일관된 순서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진 속 시신 피부의 미끄러짐, 뼈의 노출, 머리카락 상실, 곤충의 활동과 더하여 사망 당시 미시시피의 온도와 습도 변화를 자신이 발명한 ‘누적도일’이란 공식에 넣자 사망 후 경과시간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도출해낸 날짜에 용의자의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 수십 년 동안 치밀하게 구축해온 저자의 연구가 틀렸던 걸까? 바로 그때 저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이 발견된다. 그 사진 속 손녀의 머리카락 사이에는 구더기가 파리로 변태하면서 남긴 껍데기가 있었다. 이는 저자가 애초에 예측했던 것보다 일가족이 더 빠른 날짜에 살해당했다는 의미였고, 이 증거 덕분에 배심원들은 의붓할아버지에게 사형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사망 후 경과시간 연구에 저자가 인생을 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유골 감식으로 살해 희생자의 신원을 밝히면 유해의 주인만 찾을 수 있지만, 사망 후 경과시간을 정확히 안다면 ‘언제’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밝혀내고, 법적 증거로 채택되어, 법의 이름으로 살인자를 단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망자의 몸에 남은 이야기를 부패의 언어로 번역해준 덕분에 오늘날 살인 사건의 희생자들은 자신이 죽은 시간을 우리에게 알리고, 자신을 죽인 살인자의 정체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검시관, 법의학자, 경찰과 법집행기관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후 조사 기법은 바로 윌리엄 배스 박사와 그의 제자들이 몰두한 시체농장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한때는 인간의 ‘살’이었던 것에서 일어나는 변화
그 과정에서 찾아낸 인류학과 의학,
그리고 인간성의 의미에 대한 통찰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에서는 법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살인사건 에피소드와 뼈와 구더기, 시체 부패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끔찍하게만 읽히지 않는 건, ‘인간성이란 무언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저자의 따듯하고도 연민 어린, 때로는 존경을 담은 시선 덕분이다.

“리사의 유해는 재판이 끝나고 머지않아 매장됐다. 만약 리사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은 30대 중반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기 아이를 두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아이는 가는 금발머리에 앞니 사이가 살짝 벌어지고, 크고 환한 미소를 지을 때면 가운데 치아에 나 있는 파인 홈이 눈에 들어오는 예쁜 여자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93쪽)

시체농장이 만들어진 이후, 인간의 시신을 도구화한다는 윤리적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시체농장이야말로 죽음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곳이며, 정의를 구현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시신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증명한다. 살았을 때도, 살해당했을 때도 그 어떤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한 여성의 뼈로 그는 오늘날 수많은 법의인류학자와 검시관과 FBI 요원을 키워냈다. 살인자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불로 바싹 태워버린 뼈로도 마침내 사망 후 경과시간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시신에 남은 구더기와 톱질의 흔적으로도 살인범을 밝히는 방법을 그와 제자들은 찾아냈다. 인간만이 동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상상도 못 할 방법을 동원해 희생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숨기지만, 또 인간만이 그 갖가지 방법을 추적해 우리에게 정의를 돌려주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메시지이자 저자가 인생을 바쳐 증명한 인간을 향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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