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 이순원 장편소설 :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34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19세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통을 그려 내다
우리나라 성장 소설의 원조라 불리는 이순원 작가의 장편소설 《19세》가 다시 한 번 새 옷을 입고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시리즈의 서른네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나이의 청소년들이 그의 모험과 고민을 자신의 고민으로 유쾌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많이 다듬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탈바꿈을 시작하는 나이인 13세부터 19세의 세계를 솔직하고도 적나라하게 그려낸 소설로 주인공 정수의 고민과 방황을 통한 성장이 잘 그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이 소설은 초판이 나온 지 23년이 지났지만, 그 나이대의 청소년이 고민할 만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거리감이 적다.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13세의 나이부터 어른이 되기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19세까지의 남자아이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 그래서 그 길을 먼저 가 본 주인공 정수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들어간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 이순원은 실제로 고등학교 중간에 대관령으로 가서 배추 농사를 지었던 경험이 있다.
저마다 특별하고 뜨거운 10대의 내면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수는 전형적이다. 사회와 가정, 학교에서의 청소년의 고민과 상황은 물질적 조건만 다를 뿐 지금도 마찬가지다. 10대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면을 무덤덤하게, 그러면서 청소년의 입말대로 저속한 욕까지 섞어 쓴 익살스러운 문체는 강한 흡인력을 갖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의 고군분투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성장소설!
남다르게 공부를 잘해 누구에게나 칭찬만 듣는 형,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주인공 정수. 그래서 자신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서울대에 들어간 형만큼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정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는 길은 일찌감치 돈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한 정수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고로 진학하고 교복과 책을 불태우는 일탈 행동들을 거듭하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는 결국 대관령으로 가 고랭지를 얻어 배추 농사를 짓는다. 어른들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정수는 양쪽 어깨가 짓물러진 자리에서 피와 고름이 함께 터지는 노동을 하며 고생 끝에 성공을 손에 거머쥔다.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한 정수는 그동안 은밀히 상상했던 일을 직접 체험하면서 신기함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낀다. 고랭지 배추 농사를 통해 돈을 번 정수는 자신의 돈으로 비싼 오토바이를 사 몰고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들락거리며 어른 흉내를 낸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의 행동이 ‘어른 노릇’이 아니라 성급한 ‘어른 놀이’였다는 것을 말이다.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가 다 하고 있는 것을 자신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 정수는 나이에 맞는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나온 성찰이 어른의 관문에 들어서기 위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이렇듯 《19세》는 주인공 정수의 성장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살펴보게 하고,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하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성장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