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 -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의 현타 보고서
남자 나이 28세. 대학과 군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나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 여자는 최소 3~4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대남의 직장 선배로, 상사로 이대남과 마주한다. 겨우 서른의 문턱이지만, 대학 동기인‘여사친’은 대리가 되었네, 파트장이 되었네 하며 자랑할 때 이대남은 졸업 후 겨우 몇몇 알바를 전전하다 간신히 신출내기 딱지를 달고 사회초년생의 자리에 선다.
그렇게 사회에서 20대 남자,‘이대남’은 힘세고 부려먹기 좋은‘만만한 막내’로 취급받기 일쑤다. 무거운 짐 들기를 비롯해 온갖 허드렛일은 모조리 이들의 차지가 된다. 여기에 더해 누릴 거 다 누린 4,50대 남자 상사들의 폭언도 이대남의 몫이다. 성희롱 혹은 성차별로 몰릴까 봐 여자 직원들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오로지 만만한 이대남에게만 종 부리듯 꼰대짓을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육체노동은 남자, 감정노동은 여자’라는 공식이 성립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든 노동의 주체가 남자의 몫이라는 게 이대남의 불만이다. 그런데도 감정은 그냥 집에 놔두고 다닌다고 생각하라는 게 남자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이라니, 이대남은 직장생활이 고역이다.
한편 직장을 벗어나 사회로 나오면 또 어떠한가. 직장에선 먹이사슬에서도 가장 밑바닥이던 이대남의 위상(?)이 사회에선 갑자기 최상위 포식자로 수직상승한다. 모든 남자를 여자만 보면 어쩌지 못해 안달 난 수캐마냥 바라보니 말이다. 이대남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대부분 불법 촬영, N번방 문제, 약물 강간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에 쏠려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20대 여자가 힘들다 말하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이대남이 힘들다 말하면 “엄살 부리지 마”라고 하는 차별이 불편하다!
전쟁은 사라져도 징집은 남는다!
가장 젊고 건강한 나이에 군대에서 2년을 허송세월하게 하고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는 이 나라가 불편하다!
욕망에 너그러워져라? 큰일 날 소리!
이대남에게 욕망은 금기어다. ‘강간범’ 아니면 ‘잠재적 강간범’ 둘 중 하나로 매도되는 현실이 불편하다!
남녀 간의 사랑에도 계약서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연인 간의 스킨십마저 강제추행으로 비칠까 두려워 이것저것 경계해야 하는 현실연애가 불편하다!
집 사갈 때는 독박, 소유는 공동명의?
결혼할 때 남자가 집 사는 건 당연하다면서 소유는 부부 공동명의로 하겠다는 요즘 여자들이 불편하다!
이대남은 말한다.
'82년생 김지영'을 방조한 건 [이대남]이 아닙니다.
우린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다고요.
여자들이 〈며느라기〉에 빠지게 만든 건 [이대남]이 아닙니다.
우린 아직 결혼도 못 했다고요.
여자들이 말하는 남자들의 특권은 한 번도 누린 적이 없는데
남자여서 얻게 된 혐오는 대체 왜 [이대남]에게 모두 쏠리는 건가요?
이대남은 묻는다.
청춘은 벼슬일까? 형벌일까?
세상은 청춘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온갖 의무만 지운다고.
차별이 문제라고 해놓고선 정작 이대남은 차별의 가장 밑바닥에 버려둔다고.
누군가는 청춘이 벼슬이라고 했지만
정작 청춘은 악몽이라고 말이다.
이제 세상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