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미련없으니쿠스 - 세상의 잡소리에서 벗어나는 법
다큐 만드는 고작가ㆍ김피디의 세상 쿨한 삶의 방식
함께 살지만 자유롭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원시 부족, 남극 펭귄, 북극곰 등을 촬영하러 남들 다 꺼리는 오지로 주저 없이 떠나는 남자. ‘집순이’로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며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여자. 언뜻 극과 극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아마존의 눈물〉을 비롯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탄생시킨 명콤비이자 일상에서도 절묘한 궁합을 자랑하는 부부다. 두 사람 다 두 번째 결혼이지만 일과 생활 모두에서 좋은 파트너가 되었고, 함께 살면서 방송도 더 잘됐다.
일상에서 미련 없이 떠나고, 타인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미련 두지 않는다 하여 스스로 ‘호모 미련없으니쿠스’로 칭하는 두 사람. 이들이 일하며 사랑하며 생활하며 알게 된 것들, 느낀 것들, 배운 것들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주고받듯 쓴 피디 남편과 작가 아내의 글은 같은 경험과 사안에 대해 다른 듯 닮은 시각을 보여준다. 때론 티격태격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면 이들이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김피디는 남을 미워하거나, 이기고 지고 경쟁하는 데 힘을 소모하지 않는다. 미련이나 집착이나 오기라곤 없는 인간. 김피디와의 삶도 방송만큼이나 편하다.” _ 고작가
“고작가는 자신의 속도대로 산다. 세상의 잡소리에서 떠나 미련 없이 자기 할 일만 한다. 고작가와의 삶은 그래서 평화롭다.” _ 김피디
이 책은 동반자로서 서로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지혜도 담고 있다. 팀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목표를 이뤄내는 법, 의견이 다른 사람과 타협하고 조율하는 법, 그러면서도 호구가 되지 않는 법도 전한다. 나를 지키면서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정확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라는 우주를 알아가는 법에 대해 말한다. 조화를 이루되 외부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나를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립적이지만 연대하며, ‘쿨’하지만 따뜻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의미 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바이러스도 피할 수 있다.
풍부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해온 삶의 방식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이들은 “이렇게도 살 수 있습니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눈치만 보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면, 조금은 남다른 이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자. 이런 삶의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에 용기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치판단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세상이 보인다”
다양성을 껴안으며 회색 지대로 나아가는 길
“마음을 열고 가치판단을 내려놓고 나와 다른 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누구의 편도 아닌 눈으로 극단의 사이 그 어딘가, 섬세한 순간을 본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서로를 검열하며 불편해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폐쇄적인 이기주의나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사회 변화에 민감한 방송계에 종사하며 다양한 사람과 삶, 동물과 장소를 탐험해온 두 저자는 이런 세태를 우려하며 ‘너무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회색 지대의 가치를 역설한다.
험한 촬영지로 편의점 가듯 떠나는 김피디는 문명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원시 부족이 사는 방식, 인간의 규칙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생존 방식을 이웃집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그리며 깨달음을 전한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온 고작가는 성공한 ‘꼰대’들의 말에도 배울 점은 있고, 눈물겨운 휴먼 다큐의 주인공들이 불행할 거라고 속단하고 동정하는 것도 무례라고 말한다. 단순하게 편을 가르기에 앞서 세상의 다채로움에 경탄하고, 쉽게 타인을 재단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성찰해보자는 이들의 제안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들린다.
열린 자세로 세상과 사람(그리고 동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호모 미련없으니쿠스’의 기본자세다. 무조건 ‘옳다’ 아니면 ‘틀리다’로 판단하는 가치판단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공존하는 제대로 된 세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양극단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미련 없이 떠나 회색을 좋아해도 괜찮다고, 이 책은 망설이고 있을 당신에게 세심한 권유와 따뜻한 공감의 손길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