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1917년에 발표한 『미지의 손님(The Unknown Guest)』은 인간 의식의 심연과 그 너머의 신비로운 영역을 시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탐구한 심오한 에세이집이다. 마테를링크는 이 책에서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온전히 인식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강력한 힘, 즉 잠재의식 혹은 초의식을 `미지의 손님`이라는 아름다운 은유로 지칭한다.
그는 이 미지의 손님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지를 텔레파시, 미래를 감지하는 예지, 영매 현상과 같이 당대 유럽 지성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초심리학적 주제들을 통해 섬세하게 고찰한다. 특히,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알려진 `엘버펠트의 말` 사건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동물에게까지 깃들어 있을지 모를 미지의 지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시하기도 한다.
여기서 마테를링크의 접근 방식은 맹목적인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이러한 현상들을 과학의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물질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그것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미지의 손님』은 20세기 초,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설명되지 않는 정신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담아낸 작품이자, 독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우리 안의 `낯선 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유하는 마테를링크 사상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저자소개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는 벨기에 출신의 극작가, 시인, 수필가로, 1862년 8월 29일 겐트(Ghent)에서 태어나 1949년 5월 6일 니스(Nice)에서 세상을 떠났다. 플랑드르 지역 출신이지만 프랑스어로 글을 썼고, 1911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주로 죽음, 삶의 의미, 신비주의 같은 주제를 다루며, 상징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상징주의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시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인데, 마테를링크는 이걸 연극에 도입해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Pell?as et M?lisande (1892)로, 이것은 상징주의 연극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동화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랑과 비극, 운명을 다루며, 클로드 드뷔시가 이걸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은 L’Oiseau bleu (1908, 푸른 새)인데, 행복을 찾아 떠나는 남매의 모험을 그린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 작품은 “행복의 푸른 새”라는 표현을 낳을 정도로 대중적이었고, 여러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본래 법을 공부했지만, 변호사로 일하는 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서 문학으로 전향했다. 1885년 파리에서 상징주의 운동의 선구자들, 특히 빌리에 드 릴아당(Villiers de l’Isle-Adam)을 만나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첫 희곡 La Princesse Maleine (1889)은 비평가 옥타브 미르보의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해졌다.
그는 1895년부터 가수이자 배우인 조르제트 르블랑(Georgette Leblanc)과 20년 넘게 연인 관계였고, 그녀는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줬다. 예를 들어, Aglavaine et S?lysette (1896) 같은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모습은 르블랑의 연기와 연관이 깊다. 1919년에는 배우 르네 다옹(Ren?e Dahon)과 결혼했다.
마테를링크는 연극뿐 아니라 수필과 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The Life of the Bee (1901)는 꿀벌의 삶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탐구한 작품으로, 그의 자연 Ascendancy of the Spirit (1926), The Intelligence of Flowers (1907), The Life of Termites (1926) 같은 자연에 관한 수필도 꽤 인기를 끌었다. 이 책들은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자연의 신비를 다뤄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그의 연극은 대사, 조명, 무대 설정을 활용해 캐릭터의 내면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특히 The Intruder (1890)나 The Blind (1890) 같은 초기 작품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신비로운 분위기로 유명하다. 그는 때때로 꼭두각시 인형극 같은 형식을 빌려 인간의 운명과 무력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가 독일에 점령당하자 프랑스 외인부대에 지원하려 했지만, 나이 때문에 거절당했다. 1932년에는 벨기에 백작(Comte) 작위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전쟁을 피했다. 전쟁 후 프랑스 니스로 돌아와 1949년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은 예이츠, 베케트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줬고, 현대 연극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연극은 때론 몽환적이고 때론 어두운 분위기로, 인간의 내면과 신비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