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사 가는 길
「비련사 가는 길」은 혜련이라는 스님이 구조적으로 가지게 된 한 욕심, 그것은 정신이상으로 인한 것인데, 그것을 속된 남녀가 구제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비련(飛蓮)’은 ‘하늘을 나는 연꽃’이란 뜻이다. 연꽃은, 석가모니가 들어 보이자 수제자인 가섭이 혼자서 미소 지어보였다는 염화시중의 미소, 즉 ‘깨달음’을 말해주는 꽃이다. 주인공들은 그 날아가는 연꽃의 길을 따라 가고 있다. 작가의 의도는 독자로 하여금 그 주인공들의 길을 따라 가게 하려는 것이다.
「잃어버린 가방」에서는 ‘가방’이 자궁으로 읽힌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어머니를 잃어버린다는 것인데, 어머니는 광주의 비극 속에서 잃어버린 아들과 한패였던 엿장수에게 몰두한다. 이 소설도 굽이굽이 추리적인 재미와 더불어 곡진하게 진행된다.
「추자의 엉덩이에 붙은 신신파스」 또한 그러하다. 밑바닥 여자 추자의 순수는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된 박종팔을 위해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사놓고 기다린다.
일본 남성의 광적인 섹스의 희생물인 창녀의 삶을 그린 「새장을 열다」의 ‘나’는 아비 없는 아이와 병든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절박한 창녀이다. 은인을 구하기 위하여 머리로 종을 들이받고 죽은 꿩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아랫도리를 파는 실존, 성매매금지법 속에서 도둑처럼 몸을 밀매해야 하는 그들의 삶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