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평원의 개미들
모래평원의 개미,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어디론가 향해가야만 사는 개미 떼의 운명
그것이 곧 나이며 우리들 모두와 닮았다
현실이건 상상이건 소설가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촘촘한 구성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독자들을 그 속에 가둘 수 있다. 『모래평원의 개미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의 장편소설은 십대 소녀가 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탄탄한 구조, 그 굵직하고 힘찬 서사가 놀랍다.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선 것같이 대범한 비유와, 때때로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단문이 가독성을 부추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주인공은 소년과 C다. 모래폭풍이 올 거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 집배원 소녀, 총상으로 죽어간 사내,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인 철길을 관리하는 세금징수원, 말을 타고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온 경찰관, 죽은 아기를 쏟아낸 임신부와 그녀의 짐꾼, 뼈밖에 남지 않은 추레한 노인이 차례로 소년과 C 앞을 스쳐 지나간다. 모래평원은 하나의 땅덩이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은둔처가, 누군가에게는 샅샅이 드러내야 할 불모지가, 그리고 누군가에겐 더이상 버틸 수 없는 고독의 극한점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작가는, 우리 내면에 도래한 근원적 외로움과 그 외로움이 불러일으킨 트라우마를 한 편의 소설에 짜임새 있게 담았다.
이야기를 장악하고 끌어나가는 힘이 느껴지고, 전망 없는 세계, 한계 상황에 다다른 인간의 내면을 안정적으로,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소설가 성석제의 평, 최종심에서 격론이 오간다면 그것은 이 작품과 다른 작품의 싸움이 아니라 이 작품과 이 작품의 싸움일 거라고. 그만큼 이 소설의 매력과 완성도는 압도적인 것이라는 소설가 김미월의 평가는 대형신인에 대한 기대를 더욱 증폭시킨다. 최종 평가는 바로 독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