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멀지 않은 미래, 지구는 전쟁과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 그 후 들어선 새 정부는 인간의 격렬한 감정, 그중에서도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해 치료약을 만든다. 만 18세가 되면 모든 사람이 테스트를 거친 후 치료를 받고, 국가가 지정한 상대와 결혼해 정해진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레나 할로웨이는 어머니가 자살한 후 친척집에 맡겨져 외롭게 자란 소녀. 레나의 소망은 오로지 하나, 어서 치료를 받고 국가의 관리 보호 대상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일이 눈앞에 다가온 어느 날 한 소년을 만나면서 그녀가 보고 또 믿어 왔던 세상은 부서져 내리기 시작하는데…….
책은 극도로 억압된 통제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초상이다. 책 속 사랑의 의미는 그저 연인들이 속삭이는 달콤한 열병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금지된 것에 대한 소망이자, 삶에 던지는 치열한 질문이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생애 단 한 번의 선물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달콤한 첫맛으로, 하지만 공포를 동반한 채 찾아온다. 공포의 정체는 아마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다른 이의 방식대로 사느냐, 내 방식대로 죽느냐. 자유인가, 안정인가. 수많은 질문들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것은 젊음들만의 특권이자 저주다. 이 강렬한 소설을 통해 작가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법을, 삶을 선택하는 법을 망각하는 것이야말로 질병이 아니냐고 되묻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