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 복(福)이었는지 혹은 액(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직업인으로서나 자연인으로서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나는 버텨내기 위해 쓴다. 쓰고 또 쓴다.
네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내내 서울에서 자랐지만 이사를 자주 다녀 마음을 둔 곳이 없다. 동창회가 어색해서 가본 일이 거의 없기에 출신 학교들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여전히 이승우를 읽으며 여전히 타르코프스키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을 아직까지 좋아하듯, 다시 10년이 지나도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있기를. 그저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필름 속을 걷다』,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밤은 책이다』 등이 있다. 「금요일엔 수다다」, 「접속! 무비월드」,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동진의 굿무비」 등의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목차
1.
밤의 아이, 낮의 어른 - 밤으로의 여행,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시간이 쌓여갈 때 - 회의주의자 사전, 로버트 T. 캐롤 지음
작은 변화 - 안경의 에로티시즘, 프랑크 에브라르 지음
일상의 행복 - 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 슈나이더 지음
숲에서 나오니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사랑의 교집합과 여집합 - 꿈꾸는 뇌의 비밀, 안드레아 록 지음
필사적인 필사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샤덴프로이데 -라쇼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소멸의 에너지 -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지음
신선한 진부함 -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사랑의 기술 - 생의 이면, 이승우 지음
마지막 기회 -세월, 마이클 커닝햄 지음
반 뼘의 빈 자리 -혼불, 최명희 지음
세상에 턱걸이하기 -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편리한 편견 -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러시 W. 도지어 주니어 지음
비릿한 충고 -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엘리자베스 런데이 지음
원칙의 함정 - 가짜 논리,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영수증의 기억 - 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생각하는 손 -장인, 리처드 세넷 지음
삶과 예술 사이에서 - 쳇 베이커, 제임스 개빈 지음
우연의 주술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제대로 묻기 - 무지의 사전, 카트린 파지크?알렉스 숄츠 지음
순수에의 강요 - 피의 문화사, 구드룬 슈리 지음
관성의 법칙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2.
넋 놓고 멍하니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옮김
최초의 순간 -종교 다시 읽기, 한국종교연구회 지음
비밀의 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확률적인 진실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말의 자격 -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남경태 지음
아침이 밝아오면 -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15년 후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
별빛과 어둠 -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이동진 지음
요절과 불멸 -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 패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포기의 기술 - 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고독의 위엄과 교감의 위로 - 노란 불빛의 서점, 루이스 버즈비 지음
비관주의자의 행복 -백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열정이 시든 뒤에도 - 사랑을 위한 과학, 토머스 루이스 외 지음
악전고투의 걸작 - 헐리웃 문화혁명, 피터 비스킨드 지음
정직과 무례 -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위르겐 슈미더 지음
고통공포증 - 위대한 환자와 위험한 의사들, 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링고가 필요한 이유 - 왜 버스는 세 대씩 몰려다닐까, 리처드 로빈슨 지음
슬픈 메아리 -식물탄생신화, 홀거 룬트 지음
신음 같은 질문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선과 선의지 - 물고기 마음, 루시드 폴 지음
재발견의 효능 - 어느 철학자가 보낸 편지, 미키 기요시 지음
3.
기다림의 선물 -시간, 칼하인츠 A. 가이슬러 지음
시선의 폭력 - 낯선 여름, 구효서 지음
남자들의 우산 - 배꼽티를 입은 문화, 찰스 패너티 지음
생략의 미학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구경꾼의 윤리 -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다니엘 지라르댕?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일이 주는 위로 -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지음
모든 게 필연이라면 -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웃음의 마법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 지음
그리움의 성분 -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유하 지음
소통의 강요 -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 피터 콜릿 지음
전쟁 같은 사랑 -클라시커 50 커플, 바르바라 지히터만 지음
메멘토 모리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걷기 예찬 - 1마일 속의 우주, 쳇 레이모 지음
오늘 밤, 당신은 - 밤의 문화사, 로저 에커치 지음
조르바의 춤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타르코프스키의 무력감 -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쓸쓸한 혼잣말 - 인간 속의 악마, 장 디디에 뱅상 지음
표기법의 권력 -짜장면, 안도현 지음
서늘한 위엄 - 칼의 노래, 김훈 지음
상처의 역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인간이라는 수수께끼 -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미련과 탄식 - 위대한 패배자, 볼프 슈나이더 지음
4.
권태라는 죄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변장한 천사 - 명배우의 연기 수업, 마이클 케인 지음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일에 대한 사랑 -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체람 지음
가치의 공존 - 전을 범하다, 이정원 지음
꿈보다 연민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스 지음
남자 이해하기 - 암컷은 언제나 옳다, 브리짓 스터치버리 지음
밤은 말한다 - 제목은 뭐캷 하지?, 앙드레 버나드 지음
상처받지 않는 법 - 새의 선물, 은희경 지음
서늘한 밥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성복 지음
칼과 돈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 이재운?박숙희 편저
여행을 권하며 -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보나르가 마르트를 만났을 때 - 우연한 걸작, 마이클 키멜만 지음
생각은 힘이 세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쓰디쓴 단맛 - 나쁜 초콜릿, 캐럴 오프 지음
읽고 쓰고 생각하고 -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어떻게 지내세요?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야기가 된 삶 - 큰 물고기, 다니엘 월러스 지음
서울 2012년 겨울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길의 끝 -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