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저자 정석희
1943년 경남 진주 출생. 여덟 살 때 6ㆍ25 전쟁을 겪었고,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아버지를 잃었다. 그해 사천군 산골마을로 들어가 할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땔나무 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서당을 다녔고, 장학금 주는 곳을 찾아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공부를 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재학 중 군에 입대해, 철들고 나서 처음으로 하루 세 끼를 밥으로 먹었다.
1971년,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지점장으로 네 번째 지점을 맡았을 때 IMF 사태를 맞았고 1998년 명예퇴직을 했다. 1999년부터 비록 퇴직했지만 같은 직장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이들끼리 전국의 이름난 산사들을 찾아다녔다.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 출가라고 이름 붙인 우리의 여행은 10년 동안 100회를 넘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서툴게 들려주기 시작한 법문이 두툼하게 쌓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1남 3녀를 두었고, 저서로는 수필집 《보리는 늦가을에 씨를 뿌렸다》가 있다.
목차
비단부채 위에 쓴 비밀의 문자에 담긴 두 여인의 신비로운 일생
중국 후난성의 작은 마을에서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성들에게만 전해져 온 비밀의 문자 누슈를 통해 평생을 이어지는 두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소녀와 비밀의 부채』제1권. 일곱 살이 되면 전족을 하고 다락방의 작은 창 하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남은 나날들을 보내야 했던 19세기 중국 여자들의 생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1960년대 어느 날 한 여인이 중국의 시골 기차역에서 기절한다. 경찰은 여자의 신원파악을 위해 소지품을 뒤지다가 비밀 암호처럼 보이는 글자가 적힌 손수건을 발견한다. 여자는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고 체포되지만, 암호를 해독하러 온 학자들은 그것이 국제적 음모와는 관련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중국 남서부 후난 성의 오지에서 여자들만 사용했던 누슈라는 문자로 남자들에게는 비밀로 지켜졌던 것인데….
주인공인 나리와 설화는 부채 위에 쓴 누슈를 통해 전족과 고된 시집살이로 대변되는 억압을 이겨낸다. 둘은 자수와 바느질, 요리와 시댁 식구들과 자식들이 전부인 고단한 삶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행복과 우정에 눈뜨게 된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신비로운 문자인 누슈를 통해 두 여인의 평생에 걸친 사랑과 미움, 여자의 행복을 들려준다.
☞라오통과 누슈 : 라오통은 늙을 때까지 함께 혹은 함께 늙어간다라는 의미가 있는 말로, 다른 마을에 사는 어린 두 소녀가 단짝으로 맺어져 평생 우정을 지속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뜻한다. 누슈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라오통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로, 부채 위에 쓴 비밀의 문자를 통해 평생에 걸친 신비롭고 소중한 여자들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