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절규
이 책을 쓴 안나 이즈미(安奈 泉)는 아동문학 연구가로서 현대인의 광기와 심층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안데르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참으로 불행하고 저주받은 인생으로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한다.
우선 그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유전되는 정신병으로 죽었으며, 어머니 역시 거렁뱅이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부모로부터 이러한 유전자와 불우한 환경을 물려받은 안데르센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몸부림쳤다. 또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매번 구애를 거절당해 단 한 번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일생을 보냈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진짜 비극은 무의식적인 고통 속에 울부짖던 과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의 현재상황 때문이었다. 과거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지 못한 것이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불행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듯 비참하고 불행한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창작의 세계에서 그 도피처를 구했다. 창작이야말로 그의 저주받은 피를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불행한 인생은 우리가 아름답다고만 여겼던 이야기들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까? 그리고 그가 쓴 이야기들이 정말 우리들이 생각하듯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책의 저자 안나 이즈미를 통해 안데르센 동화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저자는 안데르센의 많은 동화작품 중 다음 아홉 편을 내세워 안데르센의 인생과 비교분석해 나가고 있다.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안데르센의 심리분석 여행
첫번째 이야기 '인어공주'는 집필 중 안데르센이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면서 온갖 정성을 기울여 완성한 명작이다. '인어공주'의 원작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와 새로 맞이한 신부의 행복을 빌며 칼을 바닷속으로 던지고 스스로 바다로 뛰어든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난다. 하지만 실제로 한 여성에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고백하고 동정을 구하면서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다가 거절당하자 큰 충격을 받고 괴로워했던 안데르센의 진짜 마음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어공주의 모습, 즉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왕자와 그의 신부를 죽여 버리겠다고 저주하는 모습일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 '장미요정'에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여동생과 그 연인을 죽이는 사악한 오빠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민요에서 제재를 따오긴 했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이는 안데르센이 간절히 사랑한 한 여자와 그녀의 오빠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젊은 청년은 안데르센 자신이다. 그는 일방적인 사랑을 쏟으며 열렬한 러브레터를 끊임없이 보냈지만 그녀의 언니나 오빠의 검열을 받았다. 상대가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자 결국 그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달았고, 그는 창작이라는 상상 안에서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면서 혼자만의 사랑을 펼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