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사람
“택배합니다. 소설도 씁니다.”
낮에는 택배기사로, 저녁에는 소설가로, 두 개의 인생을 살아가는
『침입자들』 정혁용 작가가 기록한 일상에 바람 부는 순간들
삶이 버거울 때가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일이 잘 안 풀려서, 나이는 먹어 가는데 변변한 집 한 채 마련해둔 게 없어서. 느는 건 불평과 원망뿐이다. 아무래도 인생은 불공평하기만 하다. 마음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가 쌓인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수억의 빚을 진 정혁용 작가가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은 택배였다. 땡전 한 푼 없어 회사에서 가불을 받아 기름을 넣고, 겨우 끼니를 해결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겨울 추위보다 더한 건 마음에 부는 바람이란 걸. 남들처럼 돈과 명예를 좇느라 자신의 인생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아파트가 아니라 글 쓰는 삶이라는 걸 오십에 가까워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낮에는 택배를 배달하고, 저녁에는 꾸벅꾸벅 졸면서 휴대전화에 글을 썼다. 그렇게 2020년 첫 책 『침입자들』을 출간했다. 이듬해에는 두 번째 책 『파괴자들』도 출간했다. 하지만 택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인세만으로 먹고살기엔 여전히 삶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가는 이제 한겨울 아파트 화단의 경계석에 앉아 울지 않는다. 내 팔 내가 흔들어 먹고사는 노동자의 삶이, 밤마다 소주 한 잔을 곁에 두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이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노동자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정혁용 작가가 기록한 바람 부는 일상의 순간들이다.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죽는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했다. [한겨레] HOOK에 칼럼과 장편, 『신들은 목마르다』를 연재했다. 어쩌다 보니, 2011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종심, 2019년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1부
살아내고 있나요? 살아가고 있나요?
그 나이에 맞는 지성을 갖지 못하면
하늘에서 진상들이 비처럼 내려
소인배의 길을 걷겠다
그놈의 피리 소리
죽지 않고 눈뜰 때 ① 택배기사의 하루
2부
남의 돈으로 예술하지 않습니다
정 서방, 잘 다녀와
뼈단지 풍경
평소와 다를 바는 없었다
제가 더 관심 없어요
죽지 않고 눈뜰 때 ② 김상용 씨의 이야기
3부
누군가 누군가에게는
라면 먹고 갈래요?
두려워서 그래요
브런치라고?
이거 휘발유 아니에요?
죽지 않고 눈뜰 때 ③ 안상길 씨의 이야기
4부
이 바닥에는 예술하는 인간들만 있어요
얼룩말 그 친구가 성질은 좀 더럽지만
안데스산맥 어디쯤
인생을 날로 먹고 싶어요
과거의 나는 가장 가까운 타인
열정이 있을 뿐이야
죽지 않고 눈뜰 때 ④ 김민호 씨의 이야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