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
낭만적인 유럽은 잊어라! 진짜 유럽을 찾아 그냥 떠났다!
『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는 우연한 말이 씨가 되어 훌쩍 유럽으로 떠난 저자 차영진이 유럽 현지의 풍물과 여행 중 발생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엮은 책이다.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 자전거물결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펜하겐', 고흐가 말년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였다. 특히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던 저자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수많은 우연과 인연을 통해 삶과 여행의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웃음을 선사하고, 전문 사진작가 버금가는 수준의 사진들이 유럽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별일 있어도 여행하는 남자.
그때 여행을 떠났기에 지금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하필이면 유럽이야?”
여행지로서의 유럽은, 혹은 여행에세이 주제로서의 유럽은 아닌 게 아니라 흔한 소재라는 인상부터 주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도 뭔가 좀 심심하다. 일상을 탈출하고 싶다며 직장을 때려치우고 훌쩍 떠난 것도 아니고,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길에 나선 것도 아니고, 비장한 각오와 꼼꼼한 계획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 것도 아니다. 그저 사석에서 “유럽 한번 가봤으면 싶다”고 가볍게 흘린 말이 와전되어 떠밀리듯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느 사람들처럼 주머니 사정 빤하고, 시간을 빼는 것도 녹녹치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에 “여행을 하지 않는 대신 그보다 더 훌륭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쌌고, 여행지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열심히 걸음을 옮겨” 다녔다. 그리고 삶과 여행의 근본적인 화두들을 유럽 현지의 풍물과 여행 중 발생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잘 녹여낸 에세이가 나오게 되었다.
센치한 척은 이제 그만.
낭만예찬 일색의 여행기에 싫증난 독자들을 위한 리얼 유럽 여행기
이 책의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도 아니고,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에세이스트 알랭 드 보통도 아니지만, 그 재치와 통찰력이 빛나는 글맛에 있어서만큼은 그들의 권위가 부럽지 않다.
저자는 성찰 없는 여행 예찬이나 대세를 ?아 남들의 감흥을 내 것인 양 앵무새처럼 내뱉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필요 이상 진지해지지 않도록 킬킬거리며 여행을 만끽한 유쾌함이 종이 밖으로까지 전해진다. 여행의 중심에는 늘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밖에는 모를 법한 은유로 가득한 시 같은 글을 내놓고 싶진 않았다. 뭣보다 이 책으로 여행이 만병통치약이라고 함부로 말할 생각은 없다. 꼭 유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책 제목에 쓰인 ‘정석 따윈 없다’는 표현은 비단 ‘유럽 여행’ 뒤에만 붙을 수 있는 말은 아니며, 저마다 자신만의 맥락에서 훌륭히 살아가고 있는 갑남을녀의 소중한 일상과 고민, 크고 작은 결단 앞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유독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던 저자는 여행지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타지에서 타인과 수많은 우연과 인연을 경험하는 사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나이에도 미처 몰랐던 새로운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
삶이든 여행이든, 정석 따윈 없지 않은가
적지 않은 나이에 훌쩍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저자에게 혹자는 “마음 내키는 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당신이 부럽다”고 말을 한다. 돌아오는 저자의 대답이 싱겁다. “살면서 막연한 소망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막상 해보면 별것도 아닌 경우가 많더라구요.”
책장을 펼치면 전문 사진작가 버금가는 수준의 많은 사진들이 텍스트보다 먼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유독 ‘푸른색’과 ‘사람’을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차영진
저자 차영진은 도서 웹진 기자로 활동하며 출판의 기초를 배웠고, 경영지 편집장을 거치며 문장력을 가다듬었다. 문화?예술 웹진 편집장 시절 홍대 앞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취재한 글이 호평을 받았고, 현재도 홍대 앞 작업실에 상주하며 문화?예술?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국내 대형 디자인 프로젝트들의 히스토리북도 함께 집필 중이다.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 등 지금까지 40여 개국을 여행했다. 스노보드를 신겨주면 설원을 가르고, 산소탱크를 메주면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플로어를 향해 등을 떠밀면 스윙댄스를 추고,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겨주면 한강을 달린다. 물속에 빠뜨리면 각종 영법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크로매틱 하모니카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신촌 제1세대 록 바 <크로스아이>를 운영했고, 록밴드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의 리더 겸 보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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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 남자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여행의 시작을 뜻 깊은 이벤트와 함께
런던은 듣던 대로 낭만적인 도시였지만
힘내라, 대한민국의 딸들아!
저 가로수들도 애비 로드로 가는 길이라네
당신의 낮이 스트래퍼드 어폰 에이번의 밤보다 아름답다
트레버 아저씨네 식료품점에서는
비틀즈, 그 위대한 음악가의 도시에서
굿바이 리버풀, 굿바이 비틀즈!
한없이 살인에 가까운 물가
깊고 깊은 그 산골짜기에는
갈매기가 남겨놓고 간 질문
달려라 자전거, 열려라 코펜하겐!
도대체 당신은 어떤 국제전화카드를 쓰십니까?
해바라기가 있는 아주 특별한 식탁
포르투갈에서 온 사내
그녀는 베를린에 없고, 일정은 끝나 가고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핫도그
일어서라, 천하의 베를린!
우리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밤의 산책을 망설이지 말 것!
그 나이에만 외치고 싶은 이야기
맛있는 여행지를 원하십니까?
루벤스보다 파트라슈
파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랑한다면 에펠탑으로
두 개의 사색, 루브르와 개선문
고흐에게로 가는 길
파리가 섹시한 이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옥토버 페스트를 더욱 알차게 즐기는 방법
하필이면 프랑크푸르트
오랜 기억 속의 그녀
파트너, 마이 파트너!
가끔은 지도 밖으로 나설 것!
무위도식의 나날들
마테호른 같은 이런 남자, 알프스 같은 이런 부부
리기산 꼭대기에 사랑의 꽃가루는 날리고
남자의 로망에 대한 소고
지중해 위로 갈매기는 펄떡거리고
이 나라의 영토는 어디까지입니까?
아비뇽의 처녀는 까르푸에서 일한다
고흐에게로 가는 마지막 여정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