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독법
그늘의 독법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입니다. 그 시선에는 연민과 불안이 이웃해 살지요. 좀체 볕이 들 것 같지 않은 세상의 그늘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그늘은 저의 그늘이기도 한 까닭입니다. 그늘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겠지요. 만병통치약처럼 긍정을 말하는 세상에 그늘이라니 볼품없는 삶의 방식으로 비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늘의 독법 배후에는 삶을 향한 긍정의 열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늘은 어쩌면 그 열망의 다른 얼굴인지 모릅니다.
나의 그늘은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결핍 그리고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에 닿아 있습니다. 그것들을 직시하고 극복하는 일이 늘 화두였지요. 삶은 원래 그런 것이고 정답은 없다는 세상의 말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용기가 없어서 화두의 중심으로 뛰어들지도 못했지요. 내 그늘의 독법은 그 화두의 언저리에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에 다름 아닙니다. 그 질문들을 통해 보다 섬세하게 삶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