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인성 영역 - 김송은 장편소설
소설 속 지구에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바라는 간절한 것. 세상에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어른답지 못한 어른은 좀 사라져주기. 그러면 세상은 얼마나 평화롭고, 하루의 스트레스 지수는 얼마나 낮을 것인가. 집에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성숙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 있는 사람들뿐이라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아닐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상상력이 담긴 청소년 소설《6교시 인성 영역》. 소설 속의 한국에서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온갖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 자격 인증 제도가 시행된다. 수능 마지막 6교시에 인성 영역이 신설되고, 6교시 커트라인을 통과한 자만이 성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성인이 된 자는 6개월 이내에 부모와의 동거생활을 청산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레지던스로 이주해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통과하지 못하는 미성인들은 지구를 떠나는 은하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미성인들은 미성인들끼리 모여 사는 세계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인성을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단 말인가? 《6교시 인성 영역》은 함부로 내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우리의 미래에는 모든 것이 가능한 AI가 있지 않은가. 이곳에 인증 시험을 관장하는 AI, 메텔이 있다. 그녀는 ‘ 어른의 사고’, ‘어른의 감정’, ‘어른의 행동’이라는 항목에 맞춘 서른 개의 질문을 가지고 있다. 스핑크스 리스트로 불리는 이 질문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틀에 박힌 모범 답안을 외워서 대답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전문가, 메텔의 질문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장해제 되어 버리고 만다.
소설 속에는 6교시 인성 영역에 대비하는 주인공들의 고군분투와 아이를 위해 모성애를 제거하는 엄마들의 절규가 함께 펼쳐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그들, 지구에 남겨질 이는 누구인가
등장인물인 서연과 동하, 정훈, 민수, 예원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입시에 도전하는 입시생이다. 이들은 자기만의 질풍노도를 통과하며 끝없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서연은 커다란 주택에서 혼자 살며 무엇이든 씩씩하게 해내는 여고생이다. 외모는 천상계지만 성적은 밑바닥이다. 예측불가인 그녀의 머릿속엔 인성 시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전교 1등인 동하는 시크하고 과묵한 포커페이스다.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결핍감이 느껴지지 않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하나가 숨어 있다.
주먹이 아니라 비상한 머리로 짱을 먹은 학교의 전설, 정훈. 그는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들며 모두를 속이는 생활을 한다. 언젠가부터 점점 꼬여가는 일상,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은 민수. 동생이 먼저 성인 자격증을 따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지만, 인생에 큰 욕심은 없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가족들과 지금처럼 화목했으면 하는 욕심뿐. 그 소박한 소원이 세상에서 제일 이루기 어려울 줄이야.
그들의 주위를 맴도는 비밀스러운 그녀, 미은은 낙오된 미성인들을 추적하는 추적자! 터미네이터처럼 냉혹한 그녀에게도 따뜻한 심장이 있을까.
성인 인증을 향한 수험생들의 갈등과
사니타스를 먹고 모성애를 거둬야 하는 엄마들의 절규가
버무러진 디스토피아적 환상 소설
성인 인증이 되면, 부모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소포를 받게 된다. 자립하는 아이들을 순순히 내어주기 위한 모성애를 없애 주는 약, 사니타스. 선택은 자유다. 사니타스를 삼키는 부모와 삼키지 않고 미쳐가는 부모가 있을 뿐. 독립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향한 그리움을 줄여주는 독립 주사가 제공된다.
대학 합격보다 철드는 것이 더 어려운 작중 인물들의 삶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올바른 인간, 지혜로운 어른의 조건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숙을 위해 예외 없는 성장통을 겪는 인간의 보편적 삶에서, 이 작품의 메시지는 청소년 독자뿐만이 아니라 성인 인증을 받지 않은 이 시대, 많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