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한 치 앞도 모르면서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저자
남덕현
출판사
빨간소금
출판일
2024-03-07
등록일
2024-08-20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2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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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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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충청도의 힘》보다 더욱 깊고 진해진 서사와 풍자

《충청도의 힘》의 남덕현 작가가 3년 만에 《한 치 앞도 모르면서》로 돌아왔다. 2013년 《충청도의 힘》은 충청도 노인들의 일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 또한 노인들의 삶을 질펀한 충청도 방언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충청도의 힘》의 속편이라고 할 만하다. 책은 저잣거리 판소리 사설처럼 거침없는 해학과 풍자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모르면서》는 《충청도의 힘》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진화한 면모를 보인다. 우선 두드러지는 점은 ‘서사’다. 이번 책은 전작에 비해 각 편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단편소설 같은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고 재밌어졌다. 다음으로는 ‘현실 풍자’다. 충청도 시골 노인들의 삶이 놓인 현실, 즉 이중삼중의 모순이 중첩된 현실을 비켜가지 않는다. 작가는 노인들의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통해 도시의 시종이 되어버린 농촌, 세습되는 가난과 불평등, 현실 정치의 반민중성 등을 강력하게 풍자한다. 웃긴데 슬픈, 바야흐로 ‘웃픈’ 이야기의 향연이라고 할 만하다.

통속은 힘이 세다!

추천사를 쓴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이 책의 소재들은 아주 통속적”이다. 신임 노인회장 부인과 전임 노인회장 부인 간에 벌어지는 시기와 질투, 남의 불행은 귀신같이 맞히면서도 자기 앞날은 못 맞혀 웃지 못 할 상황에 빠지는 만신, 이복누이 동생 간의 평생 동안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등 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구절창 나는 사연들로 가득하다. 책은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통속 드라마 같다.
그러나 이러한 통속적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독실한 크리스천 어머니에게 아들을 감옥에 보낸 늙은 아비가 예수의 부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 말이 틀류? 낭중이(나중에) 도루 내려보내마 허셨을랑가는 몰러두 엄니두 생각을 혀봐유. 되살이혔는디 하늘루 델꾸 가긴 왜 델꾸 간대유? 사램덜허구 여태까장 한티루 장 살았으믄 예수 믿어라 워쩌라 난리굿을 안 혀두 눈으루 빤히 뵈는디 워떤 눔이 안 믿구 배기겄유? 안 그류? 지두 아는 눔의 걸 하나님이 몰러서 델꾸 가신 건 아니잖유? 지가 볼 띠는 당장 내 새끼 두 번 죽게 생겼는디 워디든 넘들이 해코지 못 허는 디루다 델꾸 가는 게 급허지 딴 생각이 들었겄남유? 부모 맴은 똑같은규. 그르니께 하늘루 델꾸 가신 거 아뉴?” 책에는 이런 식의 통찰이 통속적인 이야기 곳곳에 숨어 있다. 그렇다면 《충청도의 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가 이렇게 통속에 매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통속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관통해온 삶의 근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속과 통찰은 ‘충청도 방언’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책의 대부분은 충청도 노인들의 대화다. 대화는 능청맞고 질펀한 충청도 방언으로 이루어진다. 그 방언이 노인들의 대화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비루한 삶의 현장에서 평생을 견디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그래서 “인생 별 거 ?다”는 것을 체득한 이들에게 방언은 자신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속과 방언은 한몸이 된다.

절망의 나락에서 비로소 열리는 직관의 세계

이 책의 주인공들은 충청도 시골에 사는 노인들이다. 대부분 볼품없는 인생들이다. 가난한 소작농 출신이거나 첩 자식이고,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평생을 한 동네에서 벗어나보지 못한 노인들이다. 이들은 뭘 배워서 아는 출신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삶이 무엇인가’를 잘 아는 인생 달인들이다. 체득한 삶이기 때문이다. 정범구 전 국회의원의 말처럼 이들의 인생은 “헤쳐 보면 고름이 질질 흐르게 생긴 상처인데도, 상처 입은 이나 그걸 건드리는 이나 피차 남 얘기하듯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사랑하는 ‘직관의 세계’이다.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나락에서 비로소 깨닫는 세계! 웃다가 울며 책을 읽다가도 문득 설명 못할 허무를 경험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직관의 세계가 열릴 것이고, 진리란 완전한 답이 아니라 완전한 질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책의 한 꼭지 제목이면서 책 제목이 된 ‘한 치 앞도 모르면서’는 이러한 직관의 세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이다. 이것은 분명히 절망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한 치 앞이 안 보이니까 신기(神氣)를 보는 게지, 한 치 앞 훤히 보는 사람치고 먼 일 내다보는 사람 보셨습니까?”라는 책 속 등장인물의 물음처럼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서야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완전한 질문으로 이끄는 직관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비극적 세계관이다. 하지만 어찌 그 절망의 황홀함을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기쁨 따위에 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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