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억울한가 - 판사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억울함 그 복잡하고도 강렬한 정서에 대하여
우리는 왜 억울한가?
현직 부장판사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과 통찰
「우리는 왜 억울한가」 개정증보판 출간!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심지어 흉악범들까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자신에게 일어날 때는 더없이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일도 ‘억울하다’는 정서가 개입되면 강렬하고 폭발력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억울함이라는 정서는 그만큼 흥미로운 대상이다.
2016년에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억울함’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계와 많은 독자에게 화제가 된 「우리는 왜 억울한가」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건들의 재판을 담당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과 법률 지식, 다양한 사회과학적 이론을 접목해 억울함이라는 복잡 미묘한 정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이 출간된 직후 촛불집회, 탄핵 등 일련의 정치사회적 사건들과 맞물리며 언론과 학계에서 ‘억울함’에 관해 새롭게 주목했다. 실제로 그 해의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심상치 않는 사회적 징후들’로 ‘나는 억울하다’를 들면서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인용해 설명했다.
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함’은 보편적인 정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심정적, 사회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과학에서도 연구의 필요성을 제대로 간파한 사람이 없었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판사답게 법정에서 자주 듣는 ‘억울하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러 학문 이론과 관점들을 종합해 ‘억울함’의 근원을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법정에서 겪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억울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감 나게 전달한다. 나아가 개인들이 ‘억울함’이라는 부정적인 굴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억울함이 없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까지 두루 살펴본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계정 교수는 “억울함을 사회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공론화한 최초의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저는 억울함이 인간의 ‘감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몇 가지 요인으로 단순하게 발현되는 것도 아니며, 쉽사리 설득되거나 치유되는 성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개인이 느끼는 억울함이 존중받고, 정당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고,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잘못된 판단이나 고집에 기인하고,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정판 머리말에서〉
억울함이란 것이 이렇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늘 특별하다. 법률가로서 남들의 억울함을 직업적으로 다루고 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나에게 발생한 사소한 사건에서 그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훨씬 더 심하게, 그리고 자주 발생할 것이다. -36쪽
한국인만큼 억울함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과 다양한 사례를 가진 민족이 있을까?
그것이 우리의 남다른 성장 동력이 아닐까?
날카로운 문제의식, 사회학적 상상력, 법적 균형감각으로
풀어낸 억울함의 실체와 해법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지금껏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어온 ‘억울함’이라는 정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태도이고,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남다른 성장을 이룬 것도 억울함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고, 억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법적 균형감각이 어우러진, 경륜 있는 판사의 통찰이 돋보이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성도 아니고 감정도 아닌 오묘한 영역인 심정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는 점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억울함도 그중 하나이다. 이런 뛰어난 심정적 감수성이 그동안 우리 국민이 이룬 극적인 민주화와 기적적인 경제발전, 그리고 문화강대국으로서의 놀라운 성취를 뒷받침해왔다고 생각한다. 억울함이 자칫 부정적으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나는 우리 국민이 남다르게 느끼는 억울함이 개인의 권리구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표출되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감히 ‘억울함은 우리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_〈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주로 법정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누구라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겪은 자동차 접촉사고나 조기축구 일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억울함의 원인과 타당성 여부를 자연스럽게 따져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법적 쟁점들에 대해서도 쉽게 다룬다. 사형 선고의 정당성, 소년범과 가정폭력, 부정선거, 자살 후의 법률적 문제, 술로 인한 범죄와 감형 등이다.
이 책은 억울함의 실체가 궁금한 이들, 법률가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청년 법률가에게는 법의 논리와 가치를 이해하고 법적 쟁점을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세상이 왜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지 자꾸만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이들에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줄 되어줄 것이다.